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노동생산성이 2배, 대기업으로 올라서면 3.5배 확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업의 성장을 옥죄는 기업 규모별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 중심 인공지능(AI)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규모별 생산성 추이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299명 이하) 사업장의 1인당 평균 노동생산성(연간 부가가치)은 1억3800만원, 중견규모 기업(300~1000명)은 2억7680만원, 대기업은 4억8590만원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생산성을 기준으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2배,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3.5배 높아지는 셈이다.
대한상의는 “기업 규모가 커지면 근로자의 자본장비율(노동자 1인당 자본)이 개선되고, 연구개발(R&D) 지출이 늘어난다”며 “여기에 규모의 경제, 글로벌 시장 접근성도 제고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에선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누적되는 계단식 구조다 보니 중소기업이 오히려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 ‘중소기업 졸업 유예’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은 2020년 949개에서 지난해 1377개로 늘어났다. 이는 매출 확대 등으로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넘어서더라도 3년간 중소기업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에 대한상의는 피터팬 기업들이 꺼리는 자산증가에 따른 규제를 없애고, 중소형에 쏠려 있는 지원 정책을 성장기업군으로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기업 졸업 유예 제도도 단순히 기간 연장보단, 그 조건으로 디지털 전환(DX), AI 전환(AX) 추진 여부를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AI 전환이 생산성을 급격히 올릴 수 있는 만큼 시작점이 되는 ‘스마트팩토리’ 도입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마트팩토리 도입률은 19.5% 수준에 그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장비를 들여오기보단, 기존 노후 장비에 머신 비전과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AI로 분석하는 ‘레트로핏(Retrofit)’을 통한 제조 AX를 제안했다.
로봇 도입 시점도 앞당겨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뿌리산업 내 6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이 10.3%로, 8년 새 8%포인트 상승했다”며 “로봇 도입 기업의 생산량이 미도입 기업에 비해 20~2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지난 5년간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이 연평균 37조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드론 영상관제, 사물인터넷(IoT) 안전센서, AR 매뉴얼 등을 도입해 산재를 예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중소기업 스스로의 AX 노력과 더불어 기존 중소기업 정책을 제조AI에 맞게 진화시켜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