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에 태어나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명물로 사랑받아 온 갈라파고스땅거북 ‘그래마’가 14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26일(현지시간) “그래마가 고령으로 인한 심각한 골격 질환을 앓아 안락사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와 NPR 등이 보도했다.
그래마는 미국 제21대 체스터 A. 아서 대통령 재임기인 1884년 갈라파고스섬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이 문을 열기 전 시기이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대영제국을 통치하던 때이자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지기 전이기도 하다.
140여 년의 세월 동안 그래마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20명이 넘는 미국 대통령 시대를 거치며 살아온 살아 있는 역사였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1809~1882)과도 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1835년 다윈이 갈라파고스를 탐사했을 당시 그가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거북들이 그래마의 부모 세대에 속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래마는 갈라파고스에서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으로 옮겨진 뒤, 40세 전후였던 1928년경 샌디에이고로 이주해 한 세기에 가까운 여생을 그곳에서 보냈다. 동물원에서는 ‘왕할머니’ 격으로 불릴 만큼 상징적 존재였으며 다정하고 수줍음 많은 성격 탓에 ‘여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름 그래마(Gramma) 역시 ‘할머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에서 따왔다.
동물원 측은 “그래마는 동물원의 야생동물 관리 전문가 가족들이 곁을 지키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키가 1.8m, 몸무게가 최대 180㎏에 달하며 장수 동물로 유명하다. 연구에 따르면 노화로 인해 쌓이는 독성 물질을 체내에서 ‘정화’하는 생리적 능력이 장수의 비결로 꼽힌다.
장수 기록을 살펴보면 호주 퀸즐랜드 남동부 동물원에서는 갈라파고스땅거북 ‘해리엇’이 176세로 생을 마감한 바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것으로 알려진 거북은 세인트헬레나섬의 세이셸코끼리거북 ‘조나단’으로, 나이가 190살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갈라파고스땅거북은 멸종 위기종이기도 하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서식하는 15종 가운데 3종은 이미 멸종된 것으로 보고돼 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