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가 없는 데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데 이어 다카이치 총리와 전화 회담을 했지만 대만 문제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26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카이치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 대해 “멋진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미·일 정상의 전화 회담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두 번째로, 대만 유사시 발언 이래 처음으로 25분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쌓고 있다. 총리는 매우 현명하며 강하고 멋진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중·일 간의 갈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전화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 대해 질문했고, 다카이치 총리가 이에 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당초 다카이치 총리는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중국이 “만날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요미우리는 다카이치 총리가 중일 간의 대화를 둘러싼 상황이나 대립 관계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미·일 정상의 전화회담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다. 아사히신문은 “총리의 대만 유사 발언을 둘러싼 트럼프의 대응을 불안시하는 견해가 강하다”며 “최대 우려는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싼 트럼프의 입장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언제라도 전화해달라”고 말한 것은 일본을 중시한 발언이지만 대만 문제에 대한 진의를 읽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껏 대만 문제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미국과 중국을 G2(주요 2개국)로 언급한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사히는 “태평양을 동서로 분할해 미국과 중국이 서로 세력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일본은 받아들일 수 없는 구상”이라고 지적했다.
중일 관계 악화는 한·중·일 정상회담 불발로 이어지고 있다. NHK는 이날 내년 1월에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던 3국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외무성 사무차관은 우장하오(呉江浩) 주일 중국대사와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일본 측은 군사 개입이 가능한 ‘존립 위기 사태’에 대해 기존 정부 견해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중국 측은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서 ‘현시점에서는 개최할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부정적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