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화계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1990년대 말 세계적 흥행을 기록했던 할리우드 액션 코미디 ‘러시아워’(Rush Hour)가 약 20년 만에 속편 제작에 들어가게 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CNBC 등은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최근 ‘러시아워 4’ 제작 및 배급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오랜 절친이자 거액 후원자로 알려진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에게 속편 제작을 설득했다. 엘리슨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의 부친이기도 하다.
이로써 ‘러시아워’는 3편이 나온 지 18년 만에 4편이 추진되며, 1편부터 호흡을 맞춰온 액션 스타 청룽(성룡)과 배우 크리스 터커가 그대로 출연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1998년 개봉한 1편은 성룡과 터커가 티격태격하는 형사 콤비로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내며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시리즈는 8억5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의 글로벌 수익을 올렸지만, 2017년 감독 브렛 래트너에게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됐다.
그럼에도 4편에서는 래트너가 다시 메가폰을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논란으로 업계에서 퇴출됐던 래트너는 2024년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다큐멘터리 연출을 맡으며 할리우드 복귀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아마존 산하 스트리밍 플랫폼 ‘프라임 비디오’에서 제작 중이다.
한편, 시리즈의 상징적 조합인 성룡과 터커가 다시 출연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성룡은 올해 71세로 고령이고, 터커는 2007년 이후 이렇다 할 출연작이 없다고 CNBC는 짚었다.
이번 속편 추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며 CBS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낸 직후 나온 소식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CBS의 모회사가 바로 ‘러시아워 4’를 제작하는 파라마운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세상이 정말로 러시아워 4편을 원할까?”라고 지적하며, “트럼프 2기는 할리우드에 구시대적 남성성을 되살리려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