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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한덕수에 징역 15년 구형…“다시는 이런 역사 되풀이되지 않아야”

중앙일보

2025.11.26 00:37 2025.11.2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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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팀이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내년 1월 21일로,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한 전 총리는 발언 기회를 얻어 “계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우두머리 방조 및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은 45년 전 내란보다 더 막대하게 국격을 손상시켰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줬다는 점에서 그 피해를 헤아릴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치고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특검팀은 계엄 선포 직전 한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는 이례적으로 강의구·김정환 등 대통령실 실장들과 “텔레그램 좀 봐주십시오”라며 긴밀히 소통한 점에 미뤄볼 때 한 전 총리가 계엄을 미리 알았고, 내란에 가담하려는 고의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상으로 한 전 총리가 계엄 담화문·포고령·특별 지시사항 문건을 수령했으며, 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한 채로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정족수가 채워지도록 국무위원들을 재촉해 위법한 계엄에 가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재판에선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후 대통령실 내부 폐쇄회로(CC)TV가 공개됐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퇴장하기 전 한 전 국무총리와 대화하다가 웃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법원cctv 캡처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계엄의 당위성을 말한 후 계엄 선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피고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피고인의 동조 의사 표시가 윤 전 대통령의 범행 결의를 크게 강화했음이 분명하다”고 부연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받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사항을 살피고 점검함으로써 내란 범죄를 방조하고 가담했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가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으나 국무회의를 즉시 소집하지 않음으로써 묵살했고, 계엄 해제 후에는 선포문에 사후 부서(서명)해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계엄 문건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점에 관해서도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 열망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내란 혐의 피고인에 대해 구형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전 총리 구형은 다른 내란 혐의자들에 대한 구형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먼저 기소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장관 등의 내란 혐의 재판은 각각 다른 재판부가 심리하지만 범죄 사실 관계와 법리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덕수 “尹 계엄 말한 순간 땅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한 전 총리는 특검팀이 구형하는 동안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은 한 전 총리는 사전에 준비한 종이를 들고 “국민이 겪은 고통, 혼란에 가슴 깊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1970년 경제 관료로 입직해 경제 정책 최일선에서 일한 게 인생의 긍지이자 보람이었는데, 그 끝에 계엄 사태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하겠다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아 땅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국무위원들을 모셔서 다함께 대통령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발언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총리는 또 “그날 밤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여기 계신 어떤 분보다 내가 스스로를 더 혹독히 추궁했다”며 “혼란한 기억을 복기할수록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절망만 사무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저를 믿어주신 국민, 어려운 순간 함께한 가족, 동료, 공직자에게 부끄러워 얼굴을 들기 어렵고 황망한 심정”이라면서도 “다만, 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으며 그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결심한 이상 한 전 총리에게 이를 저지할 수단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CCTV는 음성이 녹음돼 있지 않으므로 한 전 총리가 계엄에 동조 내지 가담했다는 것은 “직접 증거가 없다”며 헌재 위증을 제외하곤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기일은 내년 1월 21일 오후 2시로 잡혔다. 이날 선고에선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김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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