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의 마지막 견제 장치마저 파괴했다”고 반발했다.
이날 처리된 개정안은 재적의원 5분의 1(60명) 이상이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중단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기존에는 재적 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의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가 제출되면, 본회의장에 얼마나 의원이 남는지 상관없이 24시간 동안 무제한 토론을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재석 의원 60명이 본회의장에 없으면 무제한 토론은 중단된다.
다만 법안 표결 절차는 달라지지 않았다. 원래 민주당의 기존 개정안에는 “무제한토론을 할 의원이 더 없다면 종결하고 12시간 이내에 해당 안건을 표결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지만, 내부 토론 뒤 삭제됐다.
민주당은 “유령 필리버스터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박수현 수석대변인)이라고 했다. 새벽 시간대 무제한토론시 국민의힘 측에서 발언 의원만 남기고, 나머지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지키지 않는 걸 ‘유령 필리버스터’에 빗댄 것이다. 박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일정 수 이상의 의원이 실제로 출석해 토론을 듣고, 책임 있게 토론을 이어가도록 최소한의 요건을 세우자는 것”이라며 “의견 개진의 권리는 지키되, 책임 없이 시간만 끄는 악용은 막자는 상식적인 제도 개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전체 의원 107명에서 60명 이상이 본회의장에 나오라고 하는 건 야당의 손발을 묶고 말려 죽이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의 야당 ‘입틀막’법 처리는 국회선진화법을 원천 부정하는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무제한토론은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의 몇 안 되는 대응 카드였다. 민주당이 의석으로 밀어붙이면 24시간 이내에 개별적인 무제한토론이 종결된다는 한계는 있었지만,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에 무제한토론을 하면 법안 수에 따라 수십일 또는 수백일 까지도 무제한 토론을 이어갈 수도 있었다. 야권 관계자는 “우리가 민주당을 국회 안에서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는데 그마저도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소위를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12월 초순 정도에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27일 본회의에는 법안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27일에 필리버스터를 그대로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