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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전략기술 ‘전력반도체’… 발빠른 미·일 안보이나

중앙일보

2025.11.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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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E 2025’ 핵심 화두

지난 2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국제전기전자재료학술대회(ICAE 2025)’가 개막했다. 첨단 전기전자 재료 전반을 아우르는 최대 규모 국제학술대회다. 이가람 기자
반도체 패권 경쟁의 또 다른 전장이 열리고 있다.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이 장악한 ‘시스템반도체’,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이번엔 ‘전력반도체’다. 전기차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으로 성장세가 잠깐 주춤했지만 인공지능(AI) 시대 기술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국제전기전자재료학술대회(ICAE 2025)’에서는 전력반도체에 이목이 집중됐다. ICAE는 나노소자, 초전도체, 태양전지, 액체금속,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전기전자 재료 전반을 아우르는 최대 규모 국제학술대회다.

올해 ICAE의 ‘전력전자용 소재 및 소자’ 세션에는 전체 15개 세션 중 두 번째로 많은 17명의 연사가 초청됐다. 좌장을 맡은 정병규 경북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력반도체 연구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력반도체는 소재가 성능을 좌우한다. 직류(DC)를 교류(AC)로 전환하거나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높은 전압과 열을 견뎌야 해서다. 동시에 소형화도 필수다. 크기가 커질수록 저항이 늘어 전력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들은 단일원소인 실리콘(Si) 대신 탄화규소(SiC·실리콘카바이드)나 질화갈륨(GaN·갈륨나이트라이드) 등의 화합물 반도체 기반 웨이퍼를 사용한 전력반도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최근 전력반도체 기술 유출 단속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 도시바가 중국 기업과 전력반도체 기술 협력을 발표했다가 한 달 만에 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력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하며 도시바의 시도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지난 10일 TSMC와 GaN 전력반도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2026년까지 버몬트팹(공장)에서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보유했음에도 전력반도체 자급 역량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운 포항공과대(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국산 전기차에 탑재되는 전력반도체는 유럽과 미국 업체로부터 소자와 회로 라이선스를 받아 국내에서 모듈만 조립하는 방식”이라며 “비단 소재 개발 뿐만 아니라 전력반도체 회로 설계 능력 등 핵심 기술 전반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초청된 전력반도체 기업 파워세미큐브의 경신수 연구소장은 “소재를 개발해도 대만 팹을 이용해야 하고 국내 수요도 크지 않다”며 “수요와 공급이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 구축과 차세대 소재 개발을 동시에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가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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