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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불발 홈플러스, 정치권 ‘입’만 쳐다본다

중앙일보

2025.11.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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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2위 미래 안갯속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의 미래가 안갯속이다. 26일 마감된 홈플러스 인수 본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면서다. 최악의 경우 청산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지역 상권과 일자리 문제를 감안해 농협중앙회가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홈플러스 공개 매각 관련 본입찰 마감 시점 기준으로 입찰서를 제출한 업체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자체 회생계획안 마련, 또는 2차 인수 절차 진행 여부 등 향후 회생 절차에 대해 논의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도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제출일(12월 29일) 전까지 입찰제안서를 계속 받을 예정”이라며 “가장 현실적인 회생방안은 인수합병(M&A)이므로 M&A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인수 희망자가 없는 데엔 이유가 있다. 불황이 길어지며 국내 유통업계에 M&A 매물이 쌓였다. 기업가치 7조원에 이르는 홈플러스 매수자가 나타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보통주(2조5000억원) 투자자 권리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고, 홈플러스의 4조8000억원 규모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면 인수자가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며 실제 부담액을 1조원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해왔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빚은 많은데 실적이 나쁘다는 점도 부담이다. 운영자금차입을 포함해 금융 부채만 2조원에 이르고, 종부세·지방세 등 세금 920억원도 미납 상태인데 매출은 하락세다. 삼일PwC가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3조6816억원)가 계속기업가치(2조5059억원)보다 높다. 게다가, 홈플러스는 직접고용 인원만 2만명, 간접고용 인원도 8만~9만명에 이른다. 인수자로선 고용 승계 부담이 작지 않다.

정치권이 꼽는 대안은 농협중앙회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기구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게 ‘공익적 관점’에서 홈플러스 인수를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도 연간 각각 400억 적자로 인해 직원을 200명 이상 구조조정했다”며 “인수를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가 보호와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농산물을 매입하는 농협·하나로마트의 구조는 대형마트의 상품 조달 과정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홈플러스 인수로 인한 규모의 경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며 “대형 인수합병보다 농협 유통사업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 M&A가 순탄하게 진행되려면 점포 효율화, 시설 개선 등 구체적인 자구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권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 점포 슬림화, 조직 정비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매물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중심의 소비 구조에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등 규제는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유통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미.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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