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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구조조정 1호…롯데·HD현대케미칼 대산공장 합친다

중앙일보

2025.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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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끝내기 위한 결단에 나섰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충남 대산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감축하는 사업재편안을 산업통상부에 제출하면서다.

산업부는 26일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이 공동으로 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기업결합 사전심사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정부가 지난 8월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업계가 자발적으로 낸 첫 구조조정안이다.

김경진 기자
두 회사는 대산 산업단지에서 별도 운영하던 NCC 공장을 통합한다. 롯데케미칼(연 110만t)과 HD현대케미칼(85만t)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총 195만t으로, 둘 중 한 곳의 가동을 멈추면 최대 110만t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8월 감축 목표로 제시한 370만t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만 양사는 정부가 사업재편안을 승인한 뒤 감축 물량과 대상 설비 등 세부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감축 대상 설비는 물리적 철거 대신 질소를 주입해 필요 시 재가동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단순 감축을 넘어 고부가·친환경 중심 체질 전환도 병행할 계획이다.

NCC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프로필렌 등을 만드는 핵심 설비다. 그러나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공급 과잉이 심화하면서 감축 압박이 커진 상태다.

첫 사업재편안이 나오면서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여수 국가산단에서 열린 ‘여수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에서 “대산이 사업 재편의 포문(gate)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 재편의 운명(fate)을 좌우할 것”이라며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기한(12월 말)은 연장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어 “이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며, 향후 대내외 위기에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9월 울산을 찾은 데 이어 다시 여수를 찾아 기업들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이제부터 여수·울산 기업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수에서는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한 LG화학·GS칼텍스 협상이 진행 중이며,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재편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여천NCC는 공동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

울산 역시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이 컨설팅을 통한 감축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축 총량이 정해져 있어 먼저 공장을 닫는 기업만 손해를 보고, 뒤늦게 감축한 기업이 시장 회복 시 과실을 챙길 수 있다”며 “유휴 자산 처리로 재무 부담까지 커지는 만큼 섣불리 결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전기요금 부담 완화 등 실질적 보완책 없이 선뜻 감축을 택하긴 어렵다”는 하소연도 터져 나온다. 이날 여수에서 열린 김 장관과 유관기업 간담회에서도 ▶전기요금 부담 완화 ▶석유화학 특별법 조기 시행 등의 요구가 나왔다. 정부는 기업들의 사업개편안 제출 즉시 심의에 돌입하고, 승인 기업에는 세제·연구개발(R&D)·원가절감 및 규제 완화 등 지원을 패키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조만간 ‘화학산업 R&D 투자로드맵’을 공개해 고부가 전환을 위한 대규모 지원사업을 가동해 사업재편 이행 기업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김수민.김원.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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