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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민간 주도' 누리호 4차 발사 성공…'뉴스페이스 시대' 열었다 [팩플]

중앙일보

2025.11.26 08:49 2025.11.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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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1, 엔진 점화, 누리호가 발사되었습니다.’

27일 오전 1시 13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굉음과 함께 시뻘건 불길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캄캄한 밤하늘 속에서 태양처럼 주변을 환히 밝히며 떠오른 누리호는 어느덧 밤 하늘의 별처럼 시야에서 멀어졌다. 발사된 지 12분 만에 목표 궤도 600㎞ 상공에 진입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27일 오전 1시 13분 진행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항공청은 이날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발사체 누리호를 발사했다. 당초 누리호는 오전 0시 55분 발사 예정이었으나, 발사 직전 엄빌리칼(공급라인) 회수 압력 센서의 신호 이상이 발견되면서 18분 뒤로 연기됐다. 우주청은 “현장 확인 결과, 압력은 정상이며 센서만의 문제임을 확인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우주청은 전날 오후 열린 발사관리위원회에서 발사 시각을 이날 오전으로 확정했다. 누리호를 한밤중에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영빈 우주청장은 “1~3차 발사는 다 주간에 이뤄졌지만, 이번 4차 발사는 누리호 주탑재위성의 임무 중 하나가 오로라 관측이기 때문에 야간에 발사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 준비 상태, 기상 상황, 우주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사 시각을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누리호는 오전 0시 55분 발사 예정이었으나, 발사 직전 엄빌리칼(공급라인) 회수 압력 센서의 신호 이상이 발견되면서 18분 뒤로 연기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실험·관측 등 총 13기 위성, 우주로

누리호의 핵심 역할은 싣고 간 총 13개 위성을 안정적으로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다. 2023년 누리호 3차 발사와 비교했을 때, 위성 개수(7기→13기)는 물론 탑재체 무게도 크게 늘었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약 516㎏의 중형급 위성이다. 부탑재위성인 12개의 큐브(초소형)위성까지 합치면 무게는 총 960㎏에 달한다. 3차 때는 소형급(180㎏) 주탑재위성을 포함해 총 500㎏ 탑재체를 실었다.

사출(분리해 궤도로 내보내는 것)된 위성들은 기상 관측, 의학 실험 등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한다.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는 우주 오로라와 대기광 관측을 통해 우주의 날씨 현상을 연구하는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오로라 관측을 위해서는 태양빛이 약한 시간대에 600㎞ 상공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 탑재된 ‘바이오 캐비닛’은 우주에서 3차원(D) 프린터로 생체 조직을 만들고 줄기세포를 키우는 실험을 한다. 우주의약 전문 기업 스페이스 린텍이 제작한 소형 위성 ‘BEE-1000’은 암 치료제 성분을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결정체 형태로 만드는 실험을 진행한다. 이밖에 우주 쓰레기를 없애기 위한 방법을 검증(우주테크로 ‘코스믹’)하거나 해양 쓰레기를 탐지(쿼터니언 ‘퍼셋-01’)하는 초소형 위성도 있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 설치된 ‘바이오 캐비닛’. 우주에서 3D 프린터로 생체 조직을 만들고 줄기세포를 키우는 실험을 한다. 사진 우주항공청


뉴스페이스 시대 열었다

‘세상 혹은 우주’를 뜻하는 순우리말에서 따온 누리호는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발사체다. 2013년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발사한 이후, 국내 독자 기술 기반 발사체를 갖기 위해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꾸준히 도전해 왔다. 2021년 누리호 1차 발사에선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지 못했지만, 2022년 2차 시도에서 두 차례의 일정 연기 끝에 처음으로 발사에 성공했다. 이듬해인 2023년 3차 발사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번 4차 발사는 민간 체계종합기업(발사체 개발·운용을 총괄하는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부터 조립, 구성품 참여업체 관리 등 발사 직전까지 모든 과정을 주관했다.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 진입의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윤 청장은 “1~3차까지는 모든 총괄을 항우연이 맡았는데 4차부터는 민간이 부품 제작부터 총조립을 맡았고 기술이전을 받으면서 발사운용까지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어환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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