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시13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굉음과 함께 시뻘건 불길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캄캄한 밤하늘 속에서 태양처럼 주변을 밝히며 떠오른 누리호는 밤하늘의 별처럼 시야에서 멀어졌다.
우주항공청은 이날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발사체 누리호를 발사했다. 당초 누리호는 0시55분 발사 예정이었으나, 발사 직전 엄빌리컬(공급라인) 회수 압력 센서의 신호 이상이 발견되면서 18분 뒤로 연기됐다. 우주청은 “현장 확인 결과, 압력은 정상이며 센서만의 문제임을 확인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우주청은 전날 오후 열린 발사관리위원회에서 발사 시각을 이날 오전으로 확정했다. 누리호를 한밤중에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영빈 우주청장은 “이번 4차 발사는 누리호 주탑재위성의 임무 중 하나가 오로라 관측이기 때문에 야간에 발사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사된 누리호는 목표 궤도인 600㎞ 상공에 총 13개 위성을 올려놓는 임무를 맡았다. 안정 궤도에 진입한 뒤 위성을 순차적으로 사출(분리해 궤도로 내보내는 것)할 예정이다.
사출된 위성들은 기상 관측, 의학 실험 등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한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는 우주 오로라와 대기광 관측을 통해 우주의 날씨 현상을 연구하는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또 이 위성에 탑재된 ‘바이오 캐비닛’으로 우주에서 3차원(D) 프린터로 생체 조직을 만들고 줄기세포를 키우는 실험도 한다. 소형 위성 중에 우주의약 전문 기업 스페이스린텍이 제작한 ‘BEE-1000’은 암 치료제 성분을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결정체 형태로 만드는 실험을 진행한다.
‘세상 혹은 우주’를 뜻하는 순우리말에서 따온 누리호는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발사체다. 2021년 1차 발사에선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지 못했지만, 2022년 2차 시도에서 두 차례의 일정 연기 끝에 처음으로 발사에 성공했다. 2023년 3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번 4차 발사는 민간 체계종합기업(발사체 개발·운용을 총괄하는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부터 조립, 구성품 참여업체 관리 등 발사 직전까지 모든 과정을 주관했다.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 진입의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