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의 '핵무기 차르'가 기밀 유출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전청(NNSA)의 브랜던 윌리엄스 청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입수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긴급: 우리의 선서를 지키기'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윌리엄스 청장은 "이것은 제안이 아니다. 명령이다"라며 "우리의 국가 안보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청장은 핵 관련 기관에 근무하는 인력들의 과거 행동들이 "우리가 기밀 정보와 민감한 비기밀 정보를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국가 지도부의 신뢰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정보의 '손상'은 "그 민감성이 어떻게 인식되든 간에 우리의 전략적 이익과 인력, 그리고 우리가 보호하기로 맹세한 미국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NNSA는 미국 핵무기의 설계 및 생산·유지, 안전성, 보안, 신뢰성 등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기관이다. 냉전 시대 지하 핵실험에 사용됐던 네바다주의 기지도 NNSA가 관리한다.
윌리엄스 청장의 '기밀 단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발언 이후 나온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다른 국가들의 시험 프로그램으로 인해 나는 동등한 기준으로 우리의 핵무기 시험을 개시하도록 국방부(전쟁부)에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주무 장관인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실험(핵실험)은 시스템 테스트"라며 "이는 핵폭발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비임계 폭발"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윌리엄스 청장의 '경고'는 NNSA에서 잇따르는 크고 작은 기밀 유출과 직원들의 기강 해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메일 수신자 중에는 캔자스시티 핵탄두 제조 공장 책임자가 포함됐는데, 이 공장에선 핵무기 설계 및 생산 관련 기밀 정보가 세 차례 유출된 것으로 올여름 조사됐다.
또 다른 수신자에는 '원자폭탄의 고향'으로 불리는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장도 있다. 이 연구소에서도 2023년과 2024년 허가되지 않은 물품이 보안 구역에 반입된 사건이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