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에서 갑질 논란이 잇달아 불거졌다. 자신의 축사(祝辭)를 빠뜨렸다는 이유로 공무원에게 폭언하는 가하면 금요일 오후 6시 넘어 자료 요청을 해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의회 행정감사를 받은 공무원이 숨지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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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빠트리자 폭언한 경북도의원
26일 전국 지방의회에 따르면 경북도의회 A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9일 경북 영천시 한 체육관에서 열린 자원봉사자대회에서 행사 진행을 담당한 공무원에게 큰소리로 항의하며 욕설을 했다. 당시 A의원은 지역구 행사임에도 축사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내빈소개와 축사 등 식전 프로그램이 예상보다 길어져 담당 전체 흐름을 맞추려고 일부 순서를 조정했다”며 “A의원이 담당 공무원에게 고함을 질렀다”고 말했다. 폭언을 들은 공무원은 병원에서 정신적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의원은 “소리를 지른 게 아니고 목소리가 커 오해가 있었던 것 같고 담당 공무원에게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5월 경북 구미시의회 B의원(국민의힘)은 행사에서 자신의 축사 순서가 빠졌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하고 뺨을 때린 일도 있었다. 구미시의회 윤리특위는 B의원을 ‘제명’하기로 의결했으나, 한 달 뒤 ‘출석정지 30일’로 징계수위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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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회, 금요일 6시 이후 메신저 쪽지로 자료 요청
세종시의회에서는 자료 요구 문제를 놓고 시의원과 시장이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세종시의회 김현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세종시가 밝힌 시정 4기 공약 60개 중 이행 완료로 표시된 26개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는 기반 조성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완성된 사업이 몇 개인지 답변해 달라"고 질의하자, 최민호 시장은 "질문 요지를 24시간 전에 통보해야 한다는 절차를 알고 계시지 않느냐"며 답변을 유보했다. 이에 김 의원은 "시장님 부재로 인해 긴급 현안 질문으로 전환된 것이며 질문 요지는 지난 금요일(7일)에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최 시장은 "금요일 오후 늦게 비공식 문서로 보내놓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어떻게 준비하라는 것이냐"며 "공약 사항은 공문상 질문 요지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세종시에 따르면 금요일인 지난 7일 오후 6시 7분 세종시의회 입법지원관이 직원 내부망에 메신저 쪽지로 세부질의 내용을 송부했다. 이는 최민호 시장 공약사업 관련 자료 전반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세종시 관계자는 “당초 요구한 세종시 세입세출 구조, 중기재정계획, 예산집행률과는 동떨어진 내용이었다”며 “추가적인 의장 명의 공문이 없었으므로, 쪽지로 보낸 공약사업 관련 질의내용은 회의규칙에 따른 긴급현안질의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의회는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 심사를 지난 6월20일(금요일)까지 마치지 못하고 주말 내내 이견을 보이다 23일(월) 새벽에 마무리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시의원끼리 고성을 주고받는 등 의견이 맞서는 바람에 심사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람에 집행부와 사무처 공무원 수십명이 주말 내내 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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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공무원 "조금 지적하면 의회는 바로 보복"
이에 세종시 공무원 내부망의 익명 게시판에는 세종시의회를 질타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한 직원은 “금요일 18시 넘어서 직원들에게 메일로 질문 보내 놓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질의했다는 의원들 수준, (의원이)그걸 공개적인 석상에서 공개하면서 해명하는데 내가 다 부끄럽더라”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시정 질의하려면 정확히 질문을 줘야 담당 부서에 검토 후 작성하고 답변하는 게 절차이고 정상”이라며 “의원은 화를 내도 집행부는 조금 지적을 하면 바로 보복이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현미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문제가 된 쪽지는 이미 공식적인 긴급현안질문 질의요지서를 송부한 뒤, 집행부가 답변 준비를 이유로 세부 질문 항목을 지속해서 요구해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퇴근 시간 이후 고의 발송’ 주장에 대해서도 “보완적 협조를 위해 전달한 것을 의도적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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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은 도의원 사퇴 요구
충북에서는 충북도의회 행정사무 감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감기관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일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행감에서 박진희(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은 충북교육청 특정 부서가 과거 특근매식비 등을 부정하게 사용한 점을 지적했다. 도 교육청 소속 6급 공무원이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공무원은 의혹을 받은 당사자로 알려졌다.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박진희 의원은 질의에 답변하는 공무원을 향해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위증으로 고발하겠다’ ‘감사해달라’고 겁박을 하고 손가락질까지 했다”며 “박 의원은 도민과 유족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 사건과 관련 지난 24일 유감을 표명했으나, 충북교육청 6급 이하 직원들은 의견문을 내고 “지방공무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해 약속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