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한국과 독일의 방산 부문 수주 경쟁은 잠수함·장갑차·자주포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방산 4강’ 도약을 꿈꾸는 한국과 세계 방산 분야 순위 5위인 독일은 필연적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25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은 독일과 2010년 이후로 10여 건의 수주전에서 맞붙었다. 최근 노르웨이의 차세대 장거리 다연장 로켓 도입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239 천무’가 독일 KNDS의 ‘유로펄스’, 미국 록히드 마틴의 ‘하이마스’와 경쟁하는 게 대표적이다. 노르웨이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2028년까지 최신형 다연장 로켓 16대를 도입하려 하는데, 사업비만 수천억 원대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독일 국방 전문 매체 하르트푼크트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정부가 독일의 유로펄스를 제외하고 최종 후보군을 한국의 천무와 미국의 하이마스로 압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장갑차 298대를 갖추는 루마니아의 차세대 보병 전투 장갑차 사업(4조~5조원대 규모)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Red Back)’과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Lynx)’의 경쟁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 사업은 독일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한국 레드백 대 독일 링스’ 수주전은 지난 2023년 호주 육군의 차세대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에서 한국에 밀린 독일에게는 리턴 매치 격이다. 당시 3조원대 사업을 따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법인을 통해 2027년 하반기부터 레드백 장갑차 129대를 호주 육군에 공급할 예정이다.
한국은 ‘전차 강국’ 독일의 아성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국방부와 K9 자주포 54문, K10 탄약 운반 장갑차 36대, 탄약 등을 도입하는 1조 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현존 최강 자주포로 꼽히는 독일의 PzH2000 등과 4개월이 넘는 경쟁 끝에 거둔 판정승이었다. 이는 최근 7년간 루마니아의 무기 도입 사업 중 최대 규모였다.
반면 같은 해 2월 노르웨이 주력 전차 교체사업에서는 독일 KMW(크라우스-마페이 베그만)의 레오파르트 2A7 전차가 한국의 K2 흑표 전차를 꺾었다. 19억 60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로 책정된 방위비 증강 예산 지출 차원에서 기존의 독일제 전차를 교체하는 사업이었다. 독일로서는 ‘안방 수성’에 성공한 셈이다.
유럽 시장에서 독일 방산 기업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서의 이점과 선점 효과 등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지만, 최근 고품질과 빠른 납기 달성 능력,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운 한국 기업이 선전하는 추세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보고서에서 나토 회원국 대상 무기 수출 통계만 놓고 보면, 한국은 미국(64%)에 이어 프랑스와 함께 점유율 6.5%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