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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달라" 英셰프들 줄섰다, 김치 마스터도 놀란 K열풍

중앙일보

2025.1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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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12시쯤, 경기 남양주시에서 이하연 명인이 젓국지 김치를 담그고 있다. 전율 기자
" 요즘엔 김치에 대한 외국인들 관심이 폭발적이에요. 지난주에는 런던으로 김장 강의를 다녀왔는데, 현지 셰프들도 김치를 배우고 싶다며 찾아왔더라고요. "
지난 20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만난 이하연 명인이 김치에 넣을 전복과 낙지를 다지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무·배·미나리 등을 썰어 넣고 각종 젓갈과 소고기 양지 육수, 찹쌀죽을 버무렸더니 김치 속이 만들어졌다. 미리 절여둔 배추에 꼼꼼하게 속을 넣어 정갈하게 말아주자, 조선 시대 수라상에 오르던 ‘젓국지 김치’ 10㎏이 30분 만에 완성됐다. 이 명인은 “처음 김치를 담가보는 외국인도, 젊은 사람들도 막상 해보면 ‘쉽고 재밌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이하연 명인이 직접 담근 젓국지 김치의 모습. 전율 기자

이 명인에 따르면 김치를 직접 담가보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의 ‘김장 강의’ 문의가 최근 급증했다고 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오징어게임’ 등 K-콘텐트와 K-POP 등의 영향으로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쏠리며 김치의 인기도 같이 높아지면서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하는 대한민국식품명인 58호로 선정된 이 명인은 10년 넘게 ‘김치 명인’으로 활동 중이다. 전통 김치를 판매하면서, 동시에 김장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매년 내·외국인 약 1000명에게 김장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기사에 ‘김치 마스터(Kimchi Master)’ 중 한 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2023년 11월 한영문화교류재단 이사장의 요청으로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생일에 직접 담근 김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고춧가루를 절반으로 줄이고, 마늘과 새우젓은 익혀 외국인도 먹기 쉽게 만든 것이 ‘찰스 김치’의 비법이다.


지난 2023년 11월 8일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이하연 명인이 담근 김치를 선물받고 있다. 사진 이 명인

이 명인은 “특히 최근에는 국내 외국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김치에 대해 배우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14일에는 초청을 받아 영국 런던 김치 축제에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 명인은 “케데헌이나 케이팝 때문에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서 온 이들도 많았다. 한국 문화 자체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 김치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를 불문하고 찾아온 외국인들이 ‘김치를 알게 돼 너무 좋다’고 반응했다”며 “새삼 국격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2023년 5월 열린 벨기에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EU 수교 60주년 기념 김치 담그기'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들의 모습. 외국인 100여명은 이 명인과 함께 김장 체험을 했다. 사진 이 명인

해외 각국의 외국인들은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직접 김장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상 해시태그 ‘#kimchi’가 포함된 게시물은 약 290만개에 달한다. ‘Kimchi Recipe’를 공유하는 한 게시글의 댓글에선 김치를 담가본 외국인들이 “양념을 잘 조절하면 너무 맵지 않고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등의 팁을 공유하기도 했다.


해외 각국 외국인들이 저마다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SNS에 게시하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모여 함께 김장하는 트렌드가 등장했다. 당근마켓 등 커뮤니티에서는 같이 김장할 사람을 모집하는 ‘김장계’가 떠오르기도 했다. 자신을 “혼자 사는 3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한 당근마켓 이용자는 “김치는 먹어야겠는데 사 먹는 건 싫고 엄마가 보내주는 김치 없으신 분들 환영한다”는 내용의 김장계 모집 글을 게시했다.

당근마켓에 한 이용자가 ″김장 하실 분″을 모집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당근마켓 캡쳐


이 명인은 “재료나 양념이 낯설어서 그렇지, 실제로 만들어보면 어렵지 않다”면서도 “젊은 사람들은 김치를 담그고 싶어도 실패할까 두려워서 잘 시도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치 종주국답게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김장 문화를 이어갈 방안이 필요하다”며 “지역별로 김치 문화 체험관을 만들어서, 직접 만들어보고 성공하는 경험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류 전문가들도 김치 등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며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창의융합학부 교수는 “케데헌을 보고 김밥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것처럼 다양한 콘텐트와 OTT 등에서 한식을 노출해 우리 고유 식문화를 알리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경복궁 등 주요 관광지 근처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식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관 등이 지자체와 민간 업체 협력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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