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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관중 시대'에 벌어진 K리그의 '역대급 자충수'...'코치 인종차별자 낙인'→이러다 스스로 무너진다

OSEN

2025.11.2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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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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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K리그 심판 조직과 상벌위원회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전북현대 타노스 코치(마우리시오 타리코)의 '인종차별 논란'은 여전히 공방 중이지만, 사건의 핵심은 제스처의 진위 여부를 넘어 리그 운영 주체들의 판단 능력과 책임 의식에 대한 근본적 회의로 번지고 있다.

전북은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타노스 코치에 대한 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2000만 원 징계에 유감을 표하며 재심 청구를 결정했다. 구단은 "경기 영상, 코치 진술, 팀 내·외부 증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인종차별적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타노스 코치 역시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했다"라고 일관되게 설명해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심판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며 중징계를 내렸고, '의도'가 아닌 '통상적 해석'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알렸다. 심판협의회는 사건 직후 성명서를 통해 타노스 코치의 행동을 단정적으로 "인종차별 행위"라 규정하기도 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타노스 코치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시즌 종료 후 사임을 선택했다. 그는 "단 한 번의 오해로 인종차별자로 낙인찍혔다"라며 "존중과 평화, 법 앞의 평등이 보장되는 곳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라고 남겼다. 

정작 판정을 내린 김우성 심판은 논란 직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잘못 본 게 아니라 잘못한 겁니다(I didn't see it wrong. You're the one who did it wrong)"라는 글을 남겨 기름을 부었다. 징계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며 여론을 더욱 자극한 셈이다.

문제는 단순히 의견 충돌이 아니라 '판정 체계 전체'에 대한 불신이 폭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오심 증가에 대한 팬들과 현장의 불만이 극도로 누적된 상황에서, 상벌위는 논란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게다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는 독립기구'라고 책임을 비켜갔다. 구성 자체가 연맹 권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책임 회피에 가깝다.

팬들은 묻고 있다. 확신이 있었다면 왜 논란 직후 성급한 성명 발표까지 했는가. 증거가 명확하다면 왜 당사자는 떠나고, 논란의 중심인 심판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가. 상벌위 결정 이전에 이미 '인종차별'이라는 단어를 못 박아 여론을 선점한 심판협의회의 행동은 과연 공정했는가.

결과적으로 K리그는 또 한 명의 지도자를 잃었다. 코치의 문제 제기는 '항의'에서 '인종차별'로 단숨에 바뀌었고,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장면은 '일방적 규정'이 되었다. 상벌위는 논란을 정리하지 못했고, 심판 조직은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스스로 불씨를 키웠다.

K리그는 올 시즌 전례없는 흥행 가도를 달리며, 3년 연속 K리그1, 2 합계 유료관중 300만 명을 돌파했다. K리그1은 지난 10월 누적 관중 204만 7,564명을 기록했다. 그 결과 올 시즌 K리그1 204만 7,564명과 K리그2 101만 여명을 합쳐 총 306만 명 이상의 유료관중을 달성했다.

특히 올 시즌 K리그1은 개막 이후 꾸준히 평균관중 1만 명 이상을 유지하며, 현재 평균 10,341명을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코치 인종차별자 낙인 찍기' 논란은, 최근 유입된 K리그 팬들은 물론이고 10년 이상 리그를 보며 응원해온 기존 팬들까지 등돌리게 할 수 있는 자충수다. 실제로 많은 팬들은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제 K리그 정 떨어져서 못 봐주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안은 하나의 퇴장 사건에서 끝나지 않는다. 심판권력, 운영 투명성, 책임 회피, 그리고 '판정에 대한 불만조차 표현할 수 없는 리그'가 만들어낸 총체적 부실이다. 타노스 코치가 떠나며 남긴 문장은 아이러니하게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규정한다.

"저의 삶은 국적과 인종을 떠나 축구인으로서 안전하고 존중과 평화, 법 앞의 평등이 있는 곳에서 계속되어야 하기에 슬픈 마음을 안고 이번 시즌 종료 후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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