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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2000명 작성자 "전국 부족 의사수 계산 아니었다"

중앙일보

2025.11.26 19:01 2025.11.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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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 대해 감사원은 “논리적 정합성이 미흡한 추계에 근거해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는 감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더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거듭된 요청으로 증원 규모가 500명→1000명→2000명으로 늘어난 결정 과정도 공개됐다.

감사원은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2년 8월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로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첫 시작됐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신 논란이 됐던 서울 아산 병원의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의 배경을 묻자 복지부가 “의사 수 절대 부족이 원인이므로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하면서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조규홍 당시 복지부 장관은 이어 10개월 뒤인 2023년 6월 윤 전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00명씩, 총 3000명을 늘리는 대책을 보고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매년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며 이 방안을 반려했다고 한다. 4개월 뒤 조 장관은 2025∼2027년 3년 동안은 매년 1000명씩 늘리고 2028년엔 2000명을 증원해 4년간 총 5000명을 증원하는 대책을 다시 보고했다. 하지만 이 방안도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는 윤 전 대통령의 거듭된 지시로 반려됐다.

결국 조 전 장관은 같은 해 10월 “2035년을 목표로 의사 수급 균형을 달성”을 증원 규모 결정 기준으로 삼기로 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서울대 등의 연구를 토대로 부족한 의사 수를 추계했다. 이때에도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미래가 아니라) 현재 부족한 의사 수도 포함하라”고 요구를 해 와 추계 규모가 기존 1만명에서 1만5000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후 이 수석은 정책실장으로 승진해 조 장관에게 “2000명 일괄 증원 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자 조 장관은 같은 해 12월 윤 전 대통령에게 두 가지 방안을 보고했다. 첫 번째로 제시한 ‘단계적 증원 안’은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2년간 900명씩 증원한 뒤 2027∼2029년 2000명씩 늘려 총 7800명을 확충하는 내용이었고, 일괄 증원 안은 2025∼2029년 매년 2000명씩 총 1만명을 증원하는 내용이었다.

이관섭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4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4·10 총선 결과 관련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조 장관은 첫 번째 방안을 추천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그러면 증원 단계마다 갈등이 초래된다”며 일괄 증원 안을 고집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한 달 뒤인 지난해 1월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전략회의에서 일괄 증원 안 중 2025년 첫해에만 300명을 줄인 1700명을 증원하고 추후 지역 의대가 신설되는 시기에 맞춰 300명을 추가 증원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관섭 비서실장은 재차 “2000명 일괄 증원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결국 조 장관은 대통령과 대통령실 모두 단계적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판단해 일괄 증원 안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해 2024년 2월 발표했다.

당시 복지부는 2000명 증원 필요성의 근거로 2035년에는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들었다. 1만5000명은 현재 의사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가정하에 진행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기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1만명에, 복지부가 의뢰한 연구자 A씨가 추산한 현재 시점에 부족한 의사 수 4786명을 더한 것이었다.

지난 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상우 감사원 사무총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러나 감사원은 “A씨 연구는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을 나타낸 것으로, 전국 총량 측면에서 부족한 의사 숫자를 계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연구자 A씨도 감사 기간 감사원에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설령 현재 부족한 의사 수를 5000명으로 보더라도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효과 등을 보정하지 않고 1만명과 단순 합산함으로써 전체 숫자가 부정확하게 산출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를 배정도 일관적이지 않은 기준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특히 배정위원회에 배정위원으로 위촉된 7명 대부분이 연구자 또는 공직자로, 의대 교수로서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해 본 경험이 없었던 이들이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당시 ▶수도권 병원 임상 실습 시간 비율 과다 ▶지역인재전형 법정 비율 미준수' 등을 이유로 6개 대학의 배정 규모를 조정했지만 감사원은 “특정 대학에만 '감소 조정 사유'를 적용하고, 같은 사유가 있는 다른 일부 대학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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