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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비계' 타고 번진 홍콩 화재…밀집주거로 인명피해 커져

연합뉴스

2025.11.2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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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안된 대나무 비계에 가연성 소재까지…공사장 '불씨 관리'도 미흡 가능성 2천세대 주거지에 순식간에 불길 확산…고령 거주자 대피 더 어려웠을듯 작업자 흡연문제 지적 주민민원 제기돼 와…당국 "형사사건 가능성 배제 안해"
'대나무 비계' 타고 번진 홍콩 화재…밀집주거로 인명피해 커져
퇴출 안된 대나무 비계에 가연성 소재까지…공사장 '불씨 관리'도 미흡 가능성
2천세대 주거지에 순식간에 불길 확산…고령 거주자 대피 더 어려웠을듯
작업자 흡연문제 지적 주민민원 제기돼 와…당국 "형사사건 가능성 배제 안해"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지금까지 사망자 44명과 실종자 279명이 발생한 홍콩 '웡 푹 코트'(Wang Fuk Court) 아파트단지 화재는 노후 밀집 건물에 설치된 보수 공사용 '대나무 비계'와 가연성 소재들을 타고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참사 규모를 키운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남방주말 등 매체들에 따르면 홍콩 소방당국은 전날 화재 관련 브리핑에서 "초기 추정으로는 불이 붙은 잡동사니와 대나무 비계(飛階·작업자 이동용 간이 구조물)가 바람 영향으로 인근 건물로 날아갔고, 화염이 '웡 푹 코트' (8개 동 가운데) 7개 동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사 중인 건물 외벽을 따라 설치하는 비계는 현재 통상적으로 금속 제품을 쓰지만, 홍콩에서는 여전히 대부분 '대나무 비계'가 사용된다.
과거부터 대나무 비계를 활용해왔으나 이제 금속 비계를 설치하고 있는 중국 본토보다 전환이 늦은 셈이다.

홍콩 당국 역시 부러지거나 불이 붙을 수 있는 대나무 비계의 위험성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2019∼2024년에만 대나무 비계 관련 작업자 사망 사고가 22건 발생하자 홍콩 정부는 올해 3월 대나무 비계를 현장에서 점진적으로 퇴출하고 공공 건설 공사의 50%에 금속 프레임 사용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럼에도 대나무 비계 화재는 올해만 최소 3건 발생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로 공사 관계자 3명을 체포한 홍콩 경찰은 외벽에 설치된 보호망과 방수포, 비닐 등이 방화(防火)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의심하는 한편, 공사용 우레탄폼이 화재를 급속하게 번지게 했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불이 붙기 쉬운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담뱃불 같은 '불씨' 관리는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로 42년 된 '웡 푹 코트'는 40년이 넘은 건물은 대규모 보수를 해야 한다는 홍콩 당국 규정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공사 중이었는데, 이미 공사 작업자의 흡연 문제를 지적하는 주민 민원이 제기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날 홍콩 경찰은 '형사 사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범죄 혐의점을 찾아볼 것임을 시사했다.
화재가 난 아파트가 홍콩 특유의 밀집형 건축물이라는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아파트는 1983년 준공돼 올해로 42년이 된 노후 건물로 총 1천984세대가 거주한다. 건축 면적 48∼54㎡(약 14.5∼16.3평)인 소형 세대로 구성돼있다. 2021년 홍콩 인구 조사에 따르면 총 주민은 4천643명이고, 이 가운데 36.6%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전날 홍콩 소방당국은 오후 2시 51분 신고 접수 뒤 3시 2분에 경보 3단계를 발령했고, 3시 34분 "불길이 지속해서 퍼지고 불붙은 비계와 잡동사니가 끊임없이 떨어진다"며 4단계로 올린 뒤 불길이 계속 잡히지 않자 6시 이후에 5단계로 다시 경보를 격상했다.
그만큼 불이 빠르게 번졌다면 밀집 세대에서 고령 거주자들의 대피는 더 어려웠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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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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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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