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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설’ 수사 막고자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尹·박성재·심우정 기소

중앙일보

2025.11.26 19:43 2025.11.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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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이종섭 호주대사 도피’ 의혹과 관련해 27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6명을 범인도피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수사가 진전되면 ‘VIP 격노’ 당사자인 자신도 수사대상이 될 것을 우려한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키기 위해 대통령실, 외교부, 법무부를 부당하게 동원했다고 결론냈다.



尹 “이종섭에 적절한 시기 기회 주자”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과 조 전 실장,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을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과 박 전 장관, 심 전 차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추가됐다. 윤 전 대통령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는데,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도 마찬가지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채상병 수사 외압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핵심 당사자이자 대통령과 연결고리인 이 전 장관을 외국으로 도피시킨 중대 범죄”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옥 기자
특검팀은 지난해 3월 4일에 있었던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은 ‘수사 지연’ 목적이었다고 봤다. 2023년 8월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해병대의 수사기록이 경찰에 이첩됐다가 국방부로 즉시 회수되는 일이 발생하자 이 전 장관 등 윗선이 외압을 행사했고, 외압의 발단은 윤 전 대통령의 소위 'VIP 격노'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장관을 2023년 9월 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고, 9월 7일 수사외압 관련 특별검사법 발의해 9월 11일 이 전 장관 탄핵까지 추진한다. 이 전 장관은 9월 12일 장관에서 사퇴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은 수사외압 의혹 및 수사 요구가 수그러들지 않자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 수사가 본격화하면 곧 자신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보냄으로써 수사를 지연시키려 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9월 12일 ‘이종섭 대사 임명’을 언급하며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회를 주자”고 조태용 전 실장과 소통했고, 11월 19일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실장과 장호진 전 차관은 지시를 소극적으로 이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주대사만 임명한다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 모로코 대사 임명을 동시에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섭 ‘적격’ 결론 정해놓고 심사

이후 외교부 실무자들은 이 전 장관의 외국어능력 검정점수 등도 제출받지 않고, 미리 ‘적격’이라 기재해 서류에 심사위원 서명만 받는 식으로 이 전 장관에 공관장 자격을 부여했다. 이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이 전 장관이 자기검증질문서에 ‘현재 수사를 받는 사안이 없다’고 허위 기재하고, 출국금지 조치가 돼 있었으나 부실하게 검증했다. 이시원 전 비서관은 검증보고서에 ‘장관 책임론’ ‘논란 가능성은 남아있는 이슈’ 등 이 전 장관에 대한 부정적인 문구들이 포함돼 있었으나 이를 삭제하고 이 전 장관에게 유리하게 변경해 ‘검증 결과 :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정민영 순직해병 특별검사보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성재 전 장관, 심우정 전 차관은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에 ‘해제 방침’을 사전에 정해놓고 출국금지심의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인 지난해 3월 6일 이재유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출국금지를 해제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공수처가 해제에 반대 의견을 보냈으나 법무부는 3월 8일 출국금지 해제를 의결하고, 사흘 뒤 이 전 장관은 호주로 출국한다.

도피 의혹 제기되자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급조
호주로 출국한 이 전 장관을 둘러싸고 도피 의혹이 제기되자 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25일 국가안보실이 개최한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를 이유로 귀국한다. 특검팀은 해당 회의도 이 전 장관에 귀국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급조된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대해선 범죄 혐의점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기소 대상에 포함하지는 않았으나 정 특검보는 “이 전 장관을 귀국시키는 과정에도 절차가 무시됐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공관장 회의 관련 내용이 수사 기록에는 상당 부분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은 사안에 관여한 정도, 당시 진행되던 상황에 대한 인식 등을 감안할 때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불기소했다. 이재유 전 본부장은 수사에 성실히 협조한 사유를 들어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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