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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완전 안전" 하루 만에…백악관 코앞서 군인이 피격 쇼크 [르포]

중앙일보

2025.11.26 21:47 2025.11.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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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오후 2시 15분. 백악관에서 불과 200여 미터 앞 교차로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한 남성이 조준해 발사한 총알을 맞은 주(州)방위군 2명이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주방위군을 향한 총기 테러가 발생해 군병력 2명이 중태에 빠진 가운데 사건 현장에 군과 경찰 병력이 대거 투입됐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29세 남성으로 확인됐다. 수사 당국은 현재까지 이번 사건을 해당 용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범행 동기 등을 확인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백악관 바로 앞에서, 그것도 미국의 대통령이 직접 투입을 결정한 군병력을 노린 총기 테러에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미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에드가는 중앙일보에 “총격 이후 헬리콥터가 뜨고 소방관과 경찰, 군 병력까지 몰려들 때까지만 해도 주방위군이 총에 맞았을 거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백악관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충격적”이라고 했다.

현지시간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2명의 주방위군 대원이 총격을 받은 후,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이 노란색 폴리스라인 뒤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 “워싱턴엔 많은 군인들이 배치돼 있는데 이런 일을 막을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며 “군인뿐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인근 지하철역 입구를 순찰하던 군인 2명에게 총격을 가해 중태에 빠뜨린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29세 남성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1년 9월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의 점령을 피해 망명을 원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수용한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에 입국했다. AP통신은 수사당국이 용의자 이름을 ‘라마눌라 라칸왈’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주방위군을 향한 총기 테러가 발생해 군병력 2명이 중태에 빠진 가운데 사건 현장에 군과 경찰 병력이 대거 투입됐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29세 남성으로 확인됐다. 수사 당국은 현재까지 이번 사건을 해당 용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범행 동기 등을 확인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용의자는 현장에서 대응 사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 경찰 당국은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의 범행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도 “이번 사건은 ‘표적공격’”이라며 “개인이 대원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이 백주대낮에 벌인 충격적인 총기 테러에 불법 이민자 추방과 이민정책 반대 시위 진압 등을 위해 투입된 병력들의 경계심은 급격히 높아졌다.

 현지시간 26일,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주방위군 병력을 겨냥한 총기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주방위군 병력들이 현장에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중무장을 하고 백악관을 지키던 비밀경호국 요원은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촬영도 불허한다”며 현장 취재를 막았다. 외국인인 기자와의 짧은 대화 중에도 그는 언제든 대응 사격할 수 있도록 손을 실탄이 장전된 소총 방아쇠 옆에 올려놓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범인을 ‘짐승(animal)’으로 지칭하며 “주방위군을 쏜 짐승도 중상을 입었고, 이와 무관하게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지시간 26일 워싱턴 백악관 근처에서 주방위군 병력이 실탄이 장전된 소총을 소지하고 경계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어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인으로 특정된 이후에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영상성명을 올리고 “국토안보부는 용의자가 ‘지상의 지옥’ 아프가니스탄에서 입국한 외국인이라고 확신한다”며 “그는 바이든 정부가 운영한 악명 높은 (망명자 수용) 항공편으로 입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는 2000만명의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을 미국으로 들여보냈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입국한 모든 외국인을 재검증하고,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은 모든 국가 출신의 외국인을 추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이 나온 직후 이민국(USCIS)은 SNS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인의 모든 이민 신청 처리는 추가 검토가 진행될 때까지 무기한 중단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 25일 백악관에서 진행한 추수감사절 행사를 마친뒤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추수감사절 행사 때만 해도 “(군 투입으로) 워싱턴은 6개월 동안 단 한 건의 살인도 발생하지 않은 완전히 안전한 도시가 됐다”며 워싱턴 군 투입을 치적으로 강조했다. 이민자와 바이든 정부에 범행의 책임을 돌리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배경은 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전쟁부에 워싱턴에 추가로 500명의 병력을 동원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워싱턴엔 2000명 이상의 군병력이 투입돼 있다. 이에 대해 연방법원은 지난 20일 워싱턴에 군 투입을 금지해달라는 워싱턴 시당국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상태다.

그러나 워싱턴 시민들은 군병력에 대한 추가 테러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장에서 만난 숀 크릭은 “같은 일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당장 내 아들이 백악관에서 환경관리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제 아들이 언제 총에 맞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주방위군을 향한 총기 테러가 발생해 군병력 2명이 중태에 빠진 가운데 사건 현장에 군과 경찰 병력이 대거 투입됐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29세 남성으로 확인됐다. 수사 당국은 현재까지 이번 사건을 해당 용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범행 동기 등을 확인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실제 현장에서 만난 총격 테러 목격자들은 “우버 기사로 보이는 남성이 (총격을 당한) 주방위군 한명과 말다툼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전했다. 이민자에 대한 단속 또는 검문 과정에서 총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프 캐롤 워싱턴DC 경찰청 차장은 기자회견에서 “주방위군 대원들이 순찰을 하던 중 용의자가 모퉁이를 돌아 총기를 들고 발포했다”고 말했다.

이미 조지아 구금 사태를 겪은 애틀랜타 유학생 김창도 씨는 “조지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에 이어 아이들과 함께 워싱턴 여행 중에 이런 일까지 발생해 외국인의 입장에서 너무 겁이 난다”며 “관련 소식을 듣고 급히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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