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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성공시킨 한화에어로, 머스크 선점한 ‘우주 배송’ 기술 시장에 합류

중앙일보

2025.11.26 23:59 2025.11.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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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4차 발사는 국내 우주 산업이 민간 중심 체제로 본격 전환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설계부터 제작, 조립, 운용까지 전 과정을 맡아 수행하면서 민간 주도의 우주 비즈니스 모델이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27일 항공우주업계에 따르면, 이번 누리호 4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최초로 발사체 제작부터 조립, 발사 운용까지 전 과정을 민간 주도로 수행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4차 발사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5.11.27
이번 성과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한국이 스페이스X처럼 ‘우주 수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대학, 연구기관, 민간기업이 개발한 위성을 민간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생태계가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 기술을 통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우주 수송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화는 독자적인 수직계열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주 전문 조직 ‘스페이스허브’를 중심으로 발사체와 발사 인프라, 위성 제작, 데이터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그룹 내에서 자체 수행하는 방식이다. 위성 발사에 이어 위성 기반 정찰·통신·데이터 분석 등 고부가가치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주센터 차중위성 3호 제작현장. 사진 KAI

또 향후 누리호 5·6차 발사를 통해 산불이나 홍수 예측, 항만 물류 추적, 도시 인프라 감시 등에 활용할 위성들을 순차적으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농작물 생육 상태를 정밀 분석하거나, 작은 불씨를 조기에 포착해 재난을 예방하는 서비스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위성통신망 구축 사업도 본격적인 논의 단계에 들어섰다. 기존의 이동통신과 달리, 위성통신은 지구 전역을 연결할 수 있어 로밍이나 유심 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국경 없는 통신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도 우주 기술의 접목이 활발하다. 로켓 엔진과 단 분리 기술 등 우주발사체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기술적으로 유사하다. 누리호는 액체연료 기반으로 ICBM과는 구분되지만, 한화의 방산 사업에서 핵심 기술의 응용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발사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HD현대중공업도 주요 역할을 수행했다. KAI는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과 누리호 1단 탱크 제작, 총조립을 맡았고,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 시스템 전반의 설계부터 구축, 운용까지 독자 기술로 수행했다.

이창진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명예교수는 “이번 민간 중심의 발사 성공은 한국 우주 산업이 자립 기반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본격적인 우주 산업 육성을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민간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협력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가 지난해 4월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 경제는 위성통신, 데이터 서비스 등 우주 기반 산업 확장에 따라 2035년까지 약 1조80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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