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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수능도 못챙겼다"…누리호 성공 이끈 한화에어로 체계종합팀

중앙일보

2025.11.27 01:09 2025.11.2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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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순간, 속으로 울었습니다. 하지만 내일까지만 기뻐하기로 했습니다”

27일 새벽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한 후 정광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체계종합2팀장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정 팀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누리호 제작 총괄 업무를 맡고 발사 운용을 지원하며, 순천 ‘스페이스 허브 발사체 제작센터’ 구축 TF팀을 이끌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2년 12월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됐고, 약 3년만에 누리호 4차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정 팀장은 2007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입사해 발사체 업무를 20년 가까이 해온 베테랑이다. 정 팀장은 체계종합사업을 “어린시절에 누구나 해봤을 비행기·로봇 조립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300여개 개별 기업이 공급하는 3만6000 개의 부품을 총괄 조립하고, 발사체를 최종 완성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10여년 넘게 항공우주연구원이 쌓아온 기술을 단기간에 이전받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선생님에게 무엇을 배운다고 해서 바로 시험을 잘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어떤 기술을 이전받을지 결정하는 것부터, 기술과 공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흡수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구원을 일대일로 매칭해 기술 이전에 힘썼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를 맞아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1기)를 비롯해 큐브위성 12기 등 총 13기의 위성을 실은 누리호는 오로라를 비롯한 우주환경 관측부터 항암제 연구 등 우주 바이오 실험까지 다양한 임무를 추진한다. 뉴스1
조립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일정 준수’였다. 통상 발사체 조립은 1년 정도로 일정을 계획한다. 그런데 이번 4차 발사 때는 3차와 다르게 발사 전 최종 시험(WDR·Wet Dress Rehearsal) 과정이 추가됐다. 발사체를 운송·기립해 리허설하고, 다시 조립동으로 옮겨 분해해 추가 조립 과정을 거쳤다. 기존보다 2~3주는 더 필요한 일정이라 30여명 팀원 모두가 조금씩 더 시간을 보태야 했다.

정광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 체계종합2팀장이 26일 밤, 발사를 앞둔 누리호 앞에 서 있다. 정 팀장은 발사 이후 "20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단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며 속으로 울었지만, 다음주엔 5호 작업을 마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1년 넘게 대전과 전남 고흥을 오가며 보냈다. 대전R&D센터에서 월요일 고흥우주센터로 출장을 와서, 금요일에 복귀하는 일정이다. 최종 발사를 앞둔 3주간은 주말도 반납하고 팀 전원이 거의 고흥에 머물렀다. 정 팀장은 “지난 13일 수능을 치른 둘째 아들의 수험장에 직접 가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다”며 “서운해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하는 일을 설명해주며 다독였다”고 했다. 정 팀장은 “우리 팀원들뿐 아니라, 항우연, 협력업체들까지 발사체의 성공을 위해 생활을 바꾸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사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으로 불리는 누리호 5·6호기 체계 종합을 맡았고, 내년 5차 발사부터는 발사 운용 참여 범위도 더 넓힌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에서는 아예 설계부터 참여한다. 정 팀장은 “팀원들과 4차 발사 성공 기쁨은 내일까지 누리고 다음 주에는 5호기 조립을 마저 하자”고 했다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 우주 산업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민·관 협력이 더 긴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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