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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점령지 된 K-태양광…업계 “이대로는 못 버틴다, 되살려야”

중앙일보

2025.11.27 01:12 2025.11.2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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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에 밀려 국내 태양광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자, 뒤늦게 국산화 시동이 걸렸다. 가격 낮추기 경쟁을 넘어, 국가적 산업 경쟁력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모듈. 사진 게티이미지


“인버터부터 되살리자”

27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태양광 발전·설비 업체들은 중국산 인버터 점유율(90% 이상)을 60% 미만으로 낮추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18일 인버터 제조사 7곳(OCI파워·금비전자·다쓰테크·동양이엔피·디아이케이·에코스·이노일렉트릭)이 첫 공동 대응 기구 ‘한국 태양광 인버터 산업협의체’를 출범한 것이다.

태양광 인버터는 태양광 패널이 생산한 직류(DC) 전기를 가정·산업현장·전력망에 공급 가능한 교류(AC)로 바꾸는 장치다. 패널이 전기를 만들고 저장장치(ESS)가 공급을 조절한다면, 인버터는 전력을 실제로 ‘쓸 수 있는 전기’로 전환해 전력망과 연결하는 최종 관문 역할을 한다. 전력 품질을 관리하고 운영 데이터를 수집·제어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두뇌’에 해당한다.

협의체는 대형(센트럴) 인버터 국산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 수준으로 확대하고, 이 중 절반을 태양광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20~100메가와트(MW)급 대형 태양광 발전소 확충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발전소가 클수록 단일 용량이 큰 대형 인버터가 필수다.

대형 인버터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변환해 전력망(계통)에 직접 연결하는 데 필요한데, 기술 난도가 더 높다. 극한 온도에서도 고장 없이 작동하는 냉각·안정화 기술, 발전 손실을 최소화하는 변환 효율 등도 핵심 경쟁력이다. 반면 50킬로와트(kW) 미만은 ‘소형(스트링) 인버터’로 분류되며, 주로 건물 옥상·주차장 등 소규모 설비에 쓰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 비중은 80%를 웃돈다. 특히 인버터는 90% 이상이 중국산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이 여파로 국내 기업 상당수는 자체 생산을 사실상 포기하고,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수수료 10%가량을 붙여 파는 ‘택갈이 유통’을 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인버터 국산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 마을을 방문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김 총리는 농촌 태양광 확대를 위해 "금융지원 확대, 영농형태양광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태양광 발전설비의 전력계통 접속 확대 등 각종 애로사항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中 태양광, ‘싼 게 비지떡’?

국내 기업들이 단기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산 인버터를 택할 경우 운영 효율과 시스템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심 장비 고장 시 신속한 유지 보수(AS)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발전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발전량, 부하, 계통 상태 등 전력 데이터가 모이는 인버터의 특성 상 보안 검증이 미흡할 경우 백도어(비인가 접근) 위험도 커진다. 국산 보호 논리가 아니라 경제성과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중국산 사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지영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초기 조달비용 절감에는 유리하지만, 장기 운영 효율과 안정성을 감안하면 손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국산이 장악한 시장 구도를 바꾸기 위해 ‘셀-패널–ESS–인버터’ 까지 태양광 핵심 공급망 전반의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인 ‘탠덤 태양전지(탠덤셀)’ 국산화를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3차)’에 포함시켜 세계 최초 상용화를 추진 중이고, 중국산 ESS를 배제하기 위해 올해 말 예정된 제2차 ESS 공공 입찰에서도 ‘국내 산업 기여도’ 평가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다”며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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