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서아프리카 소국 기니비사우에서 26일(현지시간) 벌어진 쿠데타와 관련, 재선을 노리는 현 대통령의 '위장 쿠데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AP통신에 따르면 야당 사회재생당(PRS)의 대선 후보인 페르난두 디아스 다 코스타는 전날 군부의 쿠데타와 우마로 시소코 엠발로 대통령의 체포가 이날 예정됐던 개표 결과 발표를 방해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에 게시한 영상에서 군인들에게 체포됐다가 탈출했다며 이같이 밝히고 "우마로(엠발로)는 선거에서 패배했으나 결과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쿠데타를 조작했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해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는 엠발로 대통령과 군부가 선거 결과 발표를 막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쿠데타를 조작했다는 현지 시민단체 '인민전선'의 주장과 일치한다.
인민전선은 전날 성명에서 이같이 전하며 엠발로 대통령이 임시 대통령과 총리를 지명한 뒤 재선거를 실시해 재출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아스를 비롯한 야권은 주민들에게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대선 개표 결과 공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수도 비사우에서는 상점이 문을 열고 대중교통이 정상 운행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기니비사우 군 최고사령부의 디니스 은차마 대변인은 전날 국영TV에서 국가에 대한 통제권을 원전이 장악했다고 선포하며 "공화국 대통령을 즉시 해임하고 새 명령이 있을 때까지 모든 국가 기관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불안정화를 목표로 진행 중인 음모를 발견했다"며 "국내외 인사들이 이를 위해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23일 치른 대통령 선거 과정과 언론사 활동이 중단됐고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 등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하며 헌정 질서 회복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기니비사우의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게 자제력을 발휘하고 법치주의를 존중해달라"고 당부했다. AU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공동 성명으로 "민주적 과정을 방해하는 노골적인 시도를 규탄한다"며 "선거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구금된 공직자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12명이 출마한 이번 대선에선 엠발로 대통령과 디아스 후보가 서로 과반 득표로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아스 후보는 PRS 소속이지만 제1야당인 기니비사우·카보베르데독립당(PAIGC) 중심의 야당 연합 'PAI-테라랑카'의 지지를 받는다. PAIGC는 2019년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한 도밍구스 시무엥스 페레이라 전 총리가 신청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
기니비사우에서는 1974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이후 4차례의 쿠데타와 10여차례의 쿠데타 시도로 정치적 혼란과 사회 불안정이 지속했다.
2022년 2월에도 비사우 정부 청사에서 쿠데타 시도로 추정되는 총격전이 발생한 뒤 수 시간 만에 진압됐고, 2023년 11월에도 쿠데타 시도가 무산되고 의회 해산으로 이어졌다.
기니비사우를 겸임하는 주세네갈 한국대사관은 교민 공지를 통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당분간 자택 등 안전한 곳에 머무르며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2023년 20명을 넘었던 현지 한국 교민은 현재 10명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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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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