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계획은 어디에"…영국 노동당 정부 예산안에 비판
"경제 개혁 청사진 없고, 정치적 생존 우선시" 지적 잇달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대규모 증세를 포함, 정부 재정 안정에 중점을 둔 예산안을 내놓은 데 대해 경제 성장을 위한 개혁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2029∼2030회계연도까지 연간 260억 파운드 세수를 늘리고 지출은 110억 파운드 추가하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자체 재정 규칙을 준수하고 재정 여유분을 기존의 배 이상으로 늘리는 등 안정적인 재정 운용을 약속하자 채권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경제 성장 비전과 이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크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보도했다.
이번 증세에서 가장 큰 부분은 '스텔스 세금'(stealth tax)으로 불리는 소득세 과세 구간 동결이다. 물가 상승으로 급여는 오르는데 과세 기준선이 동결되면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늘어나므로 정부는 세율을 직접 올리지 않고도 세수를 늘릴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증세 효과는 2028년부터 나타날 텐데 그 전에 아동·가족 세제 혜택 2자녀 제한 폐지 등 약속한 복지 지출은 먼저 증가되기 시작된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의 헬렌 밀러 소장은 이같은 예산안에 대해 "지금 돈을 쓰고 나중에 지불하자"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급여 삭감형 연금 기여 제도에 대한 세제 혜택에 상한선을 두는 등 다른 증세 조치도 기업에 부담을 더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제 성장 촉진에 필요한 세제 개혁이나 지출 통제가 아니라 재정상 숫자를 맞추기 위한 증세에 초점을 맞춘 예산안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100 지수 상장사 이사는 "시티 오브 런던(영국 금융가) 스타일로 말하자면, 상장을 위한 기업 가치 스토리를 제공하는 대신 부채 구조조정만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자녀 혜택 제한 폐지는 아동 빈곤 감소로 이어지지만 책임감 있는 재무장관이라면 급증하는 장애인 복지혜택이나 연금 지출에 제동을 걸 개혁을 병행했어야 한다"며 "정반대로 이전에 시도했던 장애인 복지와 난방비 개편을 뒤집는 데 수십억 파운드를 더 쓰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예산안은 "노동당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총선에서 압승해 출범한 노동당 정부의 지지율이 수직낙하한 가운데 복지 삭감 정책은 당내 분열을 일으켜 왔다.
무엇보다 경제 성장의 청사진을 그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예산책임청(OBR)은 이번에 영국의 2026∼2029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연평균 1.5%로 올해 3월(1.8%)보다 낮췄다. OBR은 이번 예산안에서 성장률 전망을 바꿀 만큼 "충분히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적 조치는 없다고도 했다. 성장 촉진 정책의 부재를 시사한다.
셰본 하빌랜드 영국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이번 예산안이 "혁신적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더 추진력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마틴 울프 FT 수석 경제 논설위원은 "위험한 위험 회피"라며 "압도적 다수당 정부가 경제 전망을 바꾸기 위해 과감하게 나서지 못한 것은 우울한 일이며 무책임한 예산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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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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