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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싱 사상 첫 '히잡 여성 선수'…데뷔전서 만장일치 승리

중앙일보

2025.11.27 04:25 2025.11.27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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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쓰고 프로복싱 데뷔전 치른 나사르. 사진 나사르 SNS
프로복싱 사상 최초로 히잡을 착용한 여성 복서가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독일 국적 레바논계 선수 제이나 나사르(27)다.

나사르는 2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열린 제2회 국제복싱챔피언십(IBC) 대회 여성 밴텀급 경기(6라운드 각 2분)에서 태국 출신 카노콴 위룬팟과 맞붙었다. 두 선수 모두 하의는 반바지, 상의는 어깨 부분이 드러나는 민소매 셔츠 차림이었다. 헤어스타일은 달랐다. 위룬팟이 긴 머리카락을 뒤로 질끈 묶었다면 나사르는 머리와 팔다리를 덮는 히잡 겸 전신커버를 착용했다. 나사르의 팔다리 부분은 맨살이 드러나지 않았다.

나사르가 착용한 히잡 겸 전신커버는 검은색이었다. 머리에 밀착되는 후드 스타일로 된 히잡에는 그를 2017년부터 후원한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흰색 스우시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그가 입은 자주색 바탕의 경기복 중 상의 앞부분에는 흰 글씨로 '더 무슬림 미시즈'(THE MUSLIM MISSES)라는 문구가 박혀 있었다. 나사르는 침착하게 잽을 주무기로 경기 내내 흐름을 주도하면서 잇따라 유효타를 날렸다. 프로 데뷔전을 치른 나사르는 심판 3명으로부터 만장일치 판정을 이끌어냈다.

BBC스포츠에 따르면 베를린에 살던 나사르는 13살 때 유튜브로 여자권투 경기를 보고 복서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부모를 설득했다. 그는 체육관에 등록해 복싱 훈련을 하면서 히잡을 쓰고 팔다리의 맨살이 드러나지 않도록 긴팔 옷을 입었지만, 당시 독일 아마추어 권투 규정상 이런 차림으로는 경기 출전이 허용되지 않았다. 나사르는 복싱을 시작한 지 1년만에 14살이 됐을 때 긴팔 옷과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를 착용하고 권투경기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도록 하는 데에 성공해 대회에 나갈 수 있었고, 베를린 챔피언에 이어 독일 챔피언이 됐다.

나사르는 국제복싱협회(IBA)의 초청으로 유럽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하려 했으나 국제경기에서는 아직 규정이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19살 때부터 국제 규정 변경 운동을 벌였다. 2019년 IBA는 히잡 금지 규정을 폐지했으며, 현재 올림픽 권투경기를 관장하고 있는 '월드복싱'도 히잡과 전신커버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나사르는 "내 덕분에 아마추어 권투에서 모든 여자 선수들은 히잡을 쓰고 경기할 수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이것이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승리"라고 말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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