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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뜬 전설의 로켓, 친정팀 안착

중앙일보

2025.11.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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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이동현 육성군 투수코치. 아래 사진은 이 코치의 현역 시절. 고봉준 기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만 세 차례 받았다. 모두가 “재기는 힘들다”고 했을 때, 보란 듯이 일어섰다. 프로야구 대표 인간 승리의 표본. 불굴의 의지로 마운드를 지킨 ‘로켓’ 이동현(42)이 친정팀 LG 트윈스로 돌아왔다.

2019년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일하다가 지도자로 변신한 이동현 LG 육성군 투수코치를 최근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났다. 양복을 벗고 줄무늬 유니폼을 다시 걸친 이 코치는 “잠시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느낌이다. 코치는 처음이라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친근한 동료들이 있는 익숙한 공간에서 새로 시작하게 돼 마음이 편하다”고 활짝 웃었다.

전설의 1982년생 동기들과 함께 2001년 데뷔한 이 코치는 LG의 불펜을 지킨 마당쇠였다. 패전 처리를 시작으로 필승조와 롱릴리프, 마무리까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이닝을 책임졌다. 팬들은 힘찬 구위가 메이저리그의 대표 파이어볼러인 로저 클레멘스와 닮았다고 해서 ‘로켓’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렇게 19년 동안 LG에서만 뛰며 통산 701경기에서 53승 47패 41세이브 113홀드 평균자책점 4.06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이 코치의 현역 생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데뷔 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만 세 차례를 받을 정도로 팔꿈치가 속을 썩였다. 이 코치는 이때마다 재기해 다시 마운드로 돌아왔다. 2013년에는 개인 최다인 25홀드를 수확해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이후 2019년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떠났고, 해설위원을 거쳐 지도자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걷기로 했다. 은퇴한 지 6년 만이다.

신예급 선수들과 부상자들이 주를 이루는 육성군 마운드를 맡은 이 코치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차명석 단장님께서 코치직을 제안하셨다. 은퇴 후 처음 받아보는 지도자 제의였다. 이후에도 현장에서 만나면 의중을 물어보셨다”면서 “사실 마음속으로는 결정을 마쳤다. 다른 구단도 아니고 LG의 제안 아닌가. 감사한 마음으로 다음 스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코치가 부임한 LG의 마운드는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듣는다. 내년 국내 선발진은 이미 꽉 차 있고, 불펜진 높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마운드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선 2군과 육성군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 코치는 “염경엽 감독님은 기본기를 강조하시는 지도자다. 며칠간 육성군을 지켜보니 아직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투수들이 많지 않더라. 제구력이 부족한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이제 출발이지만 기본기를 채우면서 정신적인 측면도 함께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년간 해설위원으로 일하며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는 이 코치는 선수 시절 거둔 성과는 내려놓을 참이다. 대신 수차례 부상을 이겨낸 과정을 선수들에게 들려주면서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겠다는 각오다.

이 코치는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경기를 관전하며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수없이 고민했다. 그때의 경험이 귀한 발판이 됐으면 한다”면서 “LG가 최근 두 차례 통합우승을 하면서 왕조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본다. 앞으로 진짜 LG 왕조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밑거름을 다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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