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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산 복제약 확대, 국민 건강과 제약산업 성장의 길

중앙일보

2025.11.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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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미국 이노자임파마 고문·화학공학 박사
미국 정부는 보건안보 차원에서 의약품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제정된 생명공학안보법(Biosecure Act)은 중국 등 특정 국가의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해 핵심 의약품과 바이오 생산 기반을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걸 목표로 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미국 제약업계는 비용 증가와 의약품 단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지만, 미 정부는 안전한 공급망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를 추진 중이다.

이는 한국에 기회가 된다. 한국은 선진 생산 역량과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춘 미국의 핵심 우방국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업계는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항생제, 진통제, 감기약뿐 아니라 만성질환 치료제, 백신, 항암제 등 폭넓은 의약품을 자체 개발·생산하고 있다. 정부도 ‘의약품 안보’를 국가 과제로 인식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추진 중인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 정책은 이런 기조와 상충한다. 제네릭은 국내 제약사의 안정적 수익 기반이다. 현실적으로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의 70% 이상을 독자 생산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그 중심에 제네릭이 있다. 원료 가격 인상 등의 원가 반영은 차치하더라도, 되레 약의 가격이 인하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 기조가 굳어지면 기업의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는 위축되고, 고용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는 결국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지금의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기회와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서 산업의 기반인 제네릭의 성장동력을 훼손하는 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약가 인하 추진은 국민 부담 감소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라는 선의의 목적에서 출발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마른 수건을 다시 짠다’해서 얻을 수 있는 절감 효과는 제한적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국민 건강은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공익 실현’이라는 동일한 가치를 지향한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의약품을 스스로 개발·생산하는 역량은 산업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이다.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의 약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산 제네릭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사용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면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의약품 비용 역시 줄일 수 있다. 이럴 때 비로소 국민 건강 보호와 제약산업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수진 미국 이노자임파마 고문·화학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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