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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대증원 보고 때마다 “더, 더”…500→1000→2000명으로

중앙일보

2025.11.2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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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운영 등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밀어붙인 ‘의대 정원 2000명 일괄 증원’ 결정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7일 윤 전 대통령의 거듭된 요구로 증원 규모가 500명→1000명→2000명으로 늘어난 과정을 공개했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의대 정원 증원’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8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가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의 발단이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정작 이 병원 응급실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직후다. 윤 전 대통령이 이유를 묻자 복지부는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해 의대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2023년 6월 조규홍 당시 복지부 장관은 2025년부터 6년간 매년 500명씩 늘리는 대책을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매년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며 반려했다. 4개월 뒤 조 장관은 ‘2025년부터 3년간 매년 1000명 증원, 2028년엔 정원 규모 재검토’를 골자로 한 초안을 마련해 안상훈 당시 사회수석비서관에게 전달했다. “대통령에게 1000명 정도로 보고하면 혼날 수 있다”는 피드백이 돌아오자, 조 전 장관은 “2028년엔 2000명을 증원한다”는 내용을 새로이 덧대 ‘4년간 총 5000명 증원안’을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이 역시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김주원 기자
이후 조 전 장관은 ‘2035년’을 의사 수급 균형 달성 시점으로 정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연구를 토대로 부족한 의사 수를 추계했다. 이 과정에서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미래가 아니라) 현재 부족한 의사 수도 포함하라”고 요구해, 추계 규모가 1만 명에서 1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이 전 수석은 정책실장으로 승진해 2023년 12월 조 전 장관에게 ‘2000명 일괄 증원안’이 좋겠다고 했다. 2000명이란 숫자가 첫 등장한 순간이다. 이 전 실장은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 지시가 아닌 자체 판단으로 부족 의사 수 1만 명을 5년으로 나눴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900명으로 시작하는 단계적 증원안’과 ‘2000명 일괄 증원안’을 각각 준비해 보고했다. 조 전 장관은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단계적 증원을 추천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그러면 증원 단계마다 갈등이 초래된다”며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재차 2025년 첫해에는 300명을 줄인 1700명만 증원하자는 절충안을 냈지만 이 전 실장은 2000명을 고집했다고 한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일괄 증원안을 다음 달 발표했다.

감사원은 당시 복지부가 2000명 증원 필요성의 근거로 댄 ‘2035년 1만5000명 의사 부족’이란 추계치 자체가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1만5000명은 현재 부족분(5000명)과 미래 부족분(1만 명)의 합계인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보정하지 않아 전체 숫자가 부정확하게 산출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역술인 천공의 개입 의혹에 대해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2년 동안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들에 대한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복지부는 “감사 결과를 향후 업무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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