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자라니'도 스윽 피했다, 서울 한복판서 테슬라FSD가 운전하는법

중앙일보

2025.11.27 12: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모델X 차량이 서울 도심에서 FSD 기능이 작동한 채 주행되는 모습.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않고 가속, 브레이크페달도 일절 밟지 않아도 전방만 주시한다면 중단 없이 작동된다. 김효성 기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모범택시 탄 기분이에요.”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에서 만난 테슬라 모델X 차주 양재형(32) 씨가 테슬라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Full-Self-Driving)에 대해 한 말이다. 양씨는 지난 23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형식으로 국내에 배포된 FSD를 당일 설치해 이날까지 닷새간 총 12시간 이상 사용했다. 청량리에서 목동까지 왕복 44㎞를 운행하면서 복잡한 내부순환로도 별 문제 없이 탔다. 양씨는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수시로 끼어들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도 사고 없이 잘 다녔다”며 “마치 개인 운전기사를 둔 느낌”이라고 했다.

양씨가 운전하는 모델X 조수석에 기자가 함께 타봤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안전할까’ ‘돌발적으로 끼어드는 차량과 부딪히거나 긁히지는 않을까’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1시간가량 양천구와 영등포구 일대를 주행한 결과 그런 걱정은 기우에 가까웠다.

FSD 기능이 켜진 채 운행되는 모델X의 센터디스플레이 모습. 좌측상단에 기능 작동 여부 표시가 돼 있다. 김효성 기자
FSD 사용법은 간단했다. 차량이 지상 주차장에 정지된 상태에서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셀프 드라이빙’을 터치하면 곧바로 작동했다. 운전자는 운전대와 가속·브레이크페달에서 모두 손과 발을 뗐다. FSD의 첫 과제는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를 어떻게 비집고 들어가 도로 위에 올라설 지였다. FSD는 도로 진입 직전 정지했다가 차량이 다 지나가자 빠르게 도로 위로 진입했는데, 실제 운전자가 운전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FSD는 이후 스스로 핸들을 조향하면서 제한 속도 이내에서 직진, 우회전, 좌회전 등을 반복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운전자는 한 번도 운전대를 잡거나, 가속·브레이크페달을 밟지 않았는데도 차는 부드럽게 가속·감속을 반복했다.

가장 놀라웠던 순간은 편도 3차로 구간에서 2·3차로를 통해 직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좌회전만 가능한 1차로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2차로에는 다른 차량이 꽉 차 있었기에 끼어들기도 어려웠다. 좌회전 후 빙 돌아가야 하는 다른 길로 갈 거라 생각했지만, FSD는 직진 신호가 들어오자 2차로의 모든 차량이 빠져나간 직후 2차로로 빠르게 진입해 직진에 성공했다.

모델X 차량이 FSD 기능을 통해 주차장에 주차되는 모습. 김효성 기자
또 주행 중 택시 한 대가 다소 무리하게 끼어들자 차량은 속도를 서서히 줄인 뒤 택시가 지나간 뒤 다시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다른 반자율주행 차량의 경우 이 같은 돌발상황이라면 가속·감속의 강도가 강해 탑승자의 몸이 앞뒤로 쏠리는데, FSD에선 그런 쏠림이 전혀 없었다.

국내 교통법규도 잘 지키는 편이었다. 교차로 진입 도중 황색 신호(정지)가 들어오자 무리해서 진입하지 않고 부드럽게 정지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황색 신호 시에는 정지선 직전 정지가 원칙이다. 우회전 시 보행 신호가 들어올 경우에는 무조건 멈췄다. 오른쪽 길가에 자전거나 사람이 지날 경우 속도를 스스로 줄이고 중앙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왼쪽으로 조금 붙기도 했다.

FSD가 이렇게 잘 구동되는 건 차량에 설치된 총 8대의 카메라(FSD 적용되는 하드웨어 버전 4.0 기준)가 차선, 차량, 보행자, 교통신호·표지, 도로구조, 곡률 등을 인지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신경망인 뉴럴넷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카메라로 인식한 차량 주변 환경을 FSD가 3D 공간으로 재구성해 상황을 예측한 뒤 최적의 조향·구동을 결정한다.

감독형 FSD가 적용된 테슬라 모델X 하드웨어 4.0버전 차량. 김효성 기자
서툰 부분도 있었다. 지하주차장처럼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를 통해선 몇 층인지 알기 어려운 곳에서는 출구와 입구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예컨대 지하주차장에서 FSD를 실행시키면 차는 스스로 주차 슬롯에서 빠져나온 뒤 출구를 찾아 주차장을 여러 차례 돈다. ‘진입 금지’ 표지판을 인식하기 때문에 엉뚱한 길로 들어서지는 않지만, 출구를 찾지 못해 지하 2층과 지하 1층을 오르락내리락했다.

FSD로 주행하다가 행여 사고가 나면 이는 전적으로 운전자 책임이다. FSD는 자율주행기술 2단계로 운행은 사람이 하고, 시스템은 이를 보조하는 개념이라서다. 이날도 운전자가 운행 중 전방을 주시하지 않으면 실내 카메라가 이를 인지해 경고음이 울렸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전방만 잘 주시한다면 경고음이 울리지 않지만, 기계장치의 정확한 조작을 요구하는 현행 도로교통법상에서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게 위반 사항이 될 수도 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