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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집값 불안에 달라진 한은, '금리인하 종료' 신호 보냈다

중앙일보

2025.11.27 12:00 2025.11.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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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뉴스1]
한국은행이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을 끝낼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 8, 10월에 이어 네 번째 연속 ‘멈춤’이다. 거세어지고 있는 원화값 하락(환율 상승)세와 부동산 과열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값은 1470원대까지 떨어지며 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연 4%(상단 기준)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벌어지면 더 높은 이율을 좇아 자금이 빠져나가며 원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할 수 있다.

김영옥 기자
여기에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추가로 풀리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부동산 시장의 높은 가격 상승 기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 안정 리스크가 여전하며 물가 상승률도 다소 높아진 점을 고려했다”며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을 보면 지난 1년간 이어져 온 완화적 통화 정책(금리 인하)의 변화 가능성이 드러난다. 지난달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라는 문구는 ‘추가 인하할 가능성’으로 바뀌었다. 데이터를 토대로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표현도,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로 달라졌다. 통화정책 방향을 당장 긴축(금리 인상)으로 전환하는 건 아니지만, 금리 인하를 계속 이어나갈지는 고민해 보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동결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3개월 내 금리 방향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전망(포워드 가이던스)도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동결, 3명은 인하 의견을 냈다. 지난달(인하 4명, 동결 2명)보다 인하 의견이 줄었다. 다만 이 총재는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금리 동결 구간에서 인상 구간으로 가는 데는 평균 12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다가 갑자기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한은, 내년 성장률 1.8%로 상향…“금리인하 이유 줄어”

하지만 “(금통위의 판단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여러분(시장)이 받아들일 문제”라며 “금융 안정을 고려할 때 현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한은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인 것도 금리를 내릴 거란 기대를 낮췄다. 국내 경기가 점차 살아나면 경기 대응을 위한 금리 인하 압박이 줄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1%, 내년도는 1.6%에서 1.8%로 높였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반도체 경기 호조와 내수 회복세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분석 결과 건설 경기의 더딘 회복(-0.15%포인트)에도 반도체 경기 호조(0.1%포인트), 정부의 확장 재정(0.1%포인트), 한·미 관세협상 타결(0.1%포인트) 등이 수치를 끌어올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2.1%로, 기존 전망보다 각각 0.1%포인트·0.2%포인트 상향됐다. 다만 한은은 “인공지능(AI) 투자가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내년 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도 “내년에 1.8%가 올라가는 것은 정보기술(IT)이나 반도체 사이클에 의해 주도되는 면이 많다. 내부적으로 그걸 제외하고 계산하면 1.4%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날 금통위의 결정을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연 2.895% 수준에서 출발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013%로 마감했다(채권 가격은 하락). 지난해 7월 이후 1년4개월 만에 처음 연 3%를 넘어섰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가 금리 인상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통방문 내용, 성장률 전망 상향 등이 매파적으로 해석됐다”며 “내년도 확장재정의 강도, 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속도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이 총재는 환율 대책으로 정부가 국민연금을 ‘소방수’로 내세우려 한다는 비판에 대해 “국민의 노후자산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전략 변화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날보다 0.7원 오른(환율은 하락) 1464.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총재의 발언이 전해진 이후엔 1462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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