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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90% 문 닫아…다 죽을 판" 캄보디아 한달, 교민의 SOS

중앙일보

2025.11.27 12:00 2025.11.2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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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재캄보디아한인회가 외교부에 보낸 '캄보디아 여행경보 해제 촉구문' 공문. 사진 재캄보디아한인회

재캄보디아한인회가 외교부에 ‘캄보디아 여행 해제 촉구’ 공문을 보낸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교민 사회는 “캄보디아 사태 이후 여행·관광 업계 90%가 휴업 또는 폐업한 상태”라며 정부에 호소했다. 캄보디아 관광 성수기(11월~2월)임에도 대학생 범죄단지 감금·사망 사태 이후 생계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캄보디아 한인회는 26일 외교부에 발송한 공문에서 “캄보디아 사태 이후 교민 사회는 심각한 위축과 경제적 피해 속에 놓여 있다”면서 “수백 건의 여행·유학·비즈니스 취소가 발생해 관광·무역·고용 전반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청원이 아니라 교민 사회 생존을 위한 절박한 호소”라고 적었다. 공문에는 800명 이상의 교민이 서명했다.

현재 캄보디아는 대부분 지역이 ‘여행 자제’ 지역이며 일부는 금지 지역으로 설정돼 있다. 외교부가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16일 0시에 발령한 여행 경보 단계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외교부는 현지 캄폿주 보코산 지역 등 범죄단지(웬치·园區)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여행 금지), 시아누크빌 지역엔 여행경보 3단계(출국 권고) 등을 발령했다.

대표적인 캄보디아 관광지인 수도 프놈펜(특별여행주의보)과 앙코르와트가 위치한 시엠립(여행경보 2단계) 지역 교민들의 생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지역은 현재 외교부에서 여행 취소 또는 연기를 권고한 곳이다. 1년 내내 여름인 캄보디아는 이달부터 건기(11월~2월)에 들어갔고, 비교적 날씨가 쾌적해 여행 성수기다. 그러나 올해는 평년에 비해 한국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전·현직 캄보디아 한인회장 등으로 구성된 '캄보디아 한인사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한인회 사무실에서 회의를 마친 뒤 한국 정부에 여행 금지 해제 등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엠립에서 13년째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이용혁(64)씨는 “관광객 감소로 인천·부산·대구에서 들어오던 전세기 5편이 모두 중단됐다”고 말했다. 실제 다음 달부터 시엠립 직항 노선 운항을 계획했던 티웨이항공·에어부산·스카이앙코르항공은 캄보디아 사태로 관광객 수요 부진이 극심하자 다른 동남아지역에 해당 항공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지에선 여행사뿐만 아니라 현지 가이드·식당 등 유관업체의 휴업과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코로나 이후 2022년도부터 성수기(12월~2월)엔 인천과 시엠립을 오가는 비행기가 매일 꽉 찬 채 운행했다”면서 “올해는 관광업 관련 업체의 90%는 휴업 또는 폐업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교민들은 인근 태국·베트남·라오스로 일자리를 찾으러 떠났다”고 덧붙였다.

수도 프놈펜 사정도 악화일로다. 요식업자 임종원(43)씨는 “13개 룸으로 구성된 식당은 요새 평균 2~3개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하루 매출이 2500달러였다면 지금은 3분의 1 수준인 700달러도 못 채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10년째 여행사를 운영하는 이세형(58)씨는 “성수기 장사로 1년을 나는 캄보디아 여행업계 입장에선 심각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건 단시간에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교민들은 여행 경보 단계가 하향돼도 “이번 사태의 여파가 최소 1년은 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캄보디아는 위험한 국가”란 인식이 자리잡혔기 때문이다. 전대식 캄보디아 아시아한상 부회장은 “프놈펜·시엠립 지역은 범죄단지가 난립했던 캄보디아 국경지대에서도 300㎞ 넘게 떨어진 곳이고, 최근엔 캄보디아 한인들의 구조 요청도 극히 드물다”며 교민들을 위한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프놈펜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여행 경보 하향을 예고한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통령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캄보디아 한국인 전담반 가동 등 계기로 수도 프놈펜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 하향 검토를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정명규 캄보디아 한인회장은 “당장 캄보디아에 대한 인식이 바뀌진 않더라도 여행 경보부터 하루 빨리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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