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고래싸움에 새우 웃는다? 中·日갈등에 반사이익 노리는 韓

중앙일보

2025.11.27 12: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유통가, 중·일 갈등 반사익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올리브영 홍대타운점. K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따금 일본어와 중국어 대화가 들렸다. 매대에는 올리브영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라이브방송으로 촬영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보였다. 매장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유우키(30)씨는 “1년에 5~10회 정도 한국을 방문한다”며 “중국은 일본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있어 무섭게 느껴지지만, 한국은 편하게 자주 올 수 있는 나라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중·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에선 반사이익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 발언 이후, 중국 정부는 사실상 한일령을 내린 상태다.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16일 일본 여행 및 유학을 자제하라고 공식 권고했고 중국인들의 일본행 항공편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중국 여행을 가지 말자는 여론이 확산됐다.

업계는 그간 일본으로 향하던 중국인 관광객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606만 명으로, 이들이 소비한 금액은 약 15조9506억원(1조7000억 엔)에 달한다. 일본 외국인 관광객 연간 소비액의 21.3%를 차지하는 규모다. 대만(13.4%, 1조1000억 엔)이나 한국(11.8%, 1조 엔) 관광객 보다 더 큰 손이다. 업계에선 이들의 일본 관광이 사실상 막히면서 한국을 대안으로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일 갈등과 별개로도 최근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정부가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서비스와 매장 환경을 미리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금액도 늘어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무신사스탠다드 명동점과 성수점에서 중국인 관광객 거래액은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126%, 89% 증가했다.

서울 주요 다이소 매장에서 알리페이·위챗페이·은련페이를 사용한 금액도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30%~250% 수준으로 늘었다. 다이소 관계자는 “최근 두 달간 중국인 등 외국인 방문객 주요 상권에서는 뷰티·퍼스널 케어 카테고리가 전체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알리페이·위챗페이·은련페이는 중국인 관광객의 주요 결제수단이다.

이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편의점 매출도 크게 늘었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홍대, 강남 등 관광상권에 위치한 점포 70여개의 11월(1일~20일) 매출은 지난해 대비 평균 70% 올랐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도 같은 기간 주요 관광상권 점포 10개의 매출이 평균 두배 뛰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0만3186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업계는 향후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일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이나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에도 한국으로 관광객 수요가 분산 돼 반사이익을 얻었다”며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까지 더해져, 한국이 일본의 대체 여행지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뷰티 업계 관계자도 “K-콘텐트 인기에 중국인·일본인 관광객 증가세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유림([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