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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박 묵으면 200만원 준다…"여생은 고향서" 교포 자극하는 곳

중앙일보

2025.1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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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원주에서 살아보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강원 원주시를 찾은 호주 교민들이 소금산그랜드밸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상지대]
30년 전 호주로 유학을 갔다가 현지에 정착한 김모(66)씨는 고향인 강원 춘천으로의 ‘역이민’을 계획 중이다. 김씨는 퀸즐랜드 중심가에서 하던 외식 사업도 정리한 상태다. 한국 국적은 이미 올해 초 회복해뒀다. 만 65세 이상 재외동포는 복수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역이민을 와도 호주 노인연금을 유지할 수 있다. 김씨는 “가슴 한쪽에 늘 ‘여생은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며 “호주에서는 임플란트 하나 하려면 300만원 이상 드는데 한국의 의료 인프라는 또 다른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주 교민들 사이에서 역이민을 고민하는 이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강원 원주시와 상지대가 지난달 호주 재외국민을 초청해 ‘원주에서 보름간 살아보기’ 행사를 진행했는데 20명이 참가했다. 원주시의 매력을 알리려 소금산그랜드 밸리 등 웰니스 관광지를 중심으로 일정을 짰다. 상지대에서는 노년 건강·자산 관리 강좌와 역이민 신청 방법 등을 제공했다. 호주 교민 원모(77)씨는 “(고향인) 원주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만사 제쳐놓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오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자치단체들이 역이민자 유치전에 나섰다. 27일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역이민자(영주귀국자)는 지난해 156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1683명의 재외국민이 다시 한국 정착을 선택했다. 지난해 경우 60대 이상이 881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56.3%)을 차지했다. 한 명의 인구가 아쉬운 지자체들은 이런 역이민 수요를 잡으려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이나 시니어타운 조성 등의 정책을 내놨다.
김영옥 기자

경남도가 대표적이다. 도내 18개 시·군과 진행 중인 ‘한 달 여행하기’에서 재외국민을 우선 선발하고 있다. 이민 전에 비해 달라진 고국의 일상을 경험하게 해줘 ‘정착 문턱’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미국·중국·일본·캐나다 등 재외국민 등 41명이 참가했다. 숙박비는 물론 공항 픽업 비용, 여행자 보험료까지 폭넓게 지원한다. 29박을 경남에서 묵을 경우 200만원 이상 지원받을 수 있다. 참가자들은 대신 SNS에 하루 1건씩 체험기를 올려야 한다. 경남도 관계자는 “옛 고향의 향수를 느끼려는 교민들이 많다”며 “한 달 살기’ 경험 후 실제 경남에 정착한 분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고 했다.

충남도는 ‘충남 한 달 살기 관광’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현지를 공략했다. 지난 5월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해 내포신도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 주제가 ‘포근한 삶이 기다리는 역이민의 최적지’였다. 충남도는 충남개발공사와 함께 신도시 미분양 주택을 재외동포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역이민자를 위한 시니어타운까지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정책을 당부한다. 윤갑식 동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고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운 남해 독일마을 사례처럼 단순히 주거 지원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더해 의료, 재취업 등 정주 환경을 갖춘 ‘타운·단지형’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윤 교수는 “다만 타운·단지형은 군 단위 지역처럼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 적용할 방법”이라며 “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는 별도 단지를 만들기보다는 도심에 흩어진 기존 주거·의료·취업·문화 등 인프라 자원을 역이민자가 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대하는 방식이 더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욱.박진호.김방현.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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