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의 창업주 조국 대표가 지난 23일 돌아왔다. 전당대회에서 현대 민주주의 정당에선 상상하기 힘든 득표율(98.6%)의 절대적 지지를 확인했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조국이라는 상징 자본 하나로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조국혁신당은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창당 한 달 만에 비례대표 국회의원 12명을 확보하며 원내 제3정당이 됐다. 그러나 지금 혁신당의 지지율은 누추한 수준이다. 지난 24~26일 조사해 27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지지율 3%에 그쳤다. 개혁신당보다 지지율이 낮은 조사도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존립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다시 전면에 선 조국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토지 공개념’을 꺼내 들었다. 토지공개념은 집값 문제가 정치권을 덮칠 때마다 튀어나오던, 위헌 논란도 늘 뒤따르던 말 많은 이슈다. 중앙일보는 조 대표를 27일 혁신당 대표실에서 1시간 20분 동안 만나 물었다.
그는 “스타트업 초기 창업자로서 불가피하게 책임지고 할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은 탄핵되고 감옥에 가고 김건희도 감옥에 가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는데, 조국혁신당이라는 정당의 독자적 브랜드는 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 혁신당은 연극으로 치면 1막이 끝나고 2막을 앞뒀다”라고 비유한 그는 토지공개념을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화 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그는 쉬운 예를 들었다. “미군 부대가 떠난 자리에 조성되는 서울 용산공원은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데, 이걸 그대로 두면 용산공원 인근의 고가 아파트 소유자만 혜택을 보니, 용산공원 중심이 아닌 둘레에 100% 임대주택을 지으면 기존 고가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으면서 고급 임대주택과 훌륭한 공원이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초과이익을 국가가 가져가도록 하는데, 무조건 세금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같은 방식을 서초동의 옛 국군정보사령부 부지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토지 공개념은 공산당 정책”이라는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작한 개념이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토지 공개념 3법(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토지 공개념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토지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토지 공개념 3법도 일부 조항만 고치면 위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헌을 통한 국민 통합”도 강조했다. 그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과 ▶지방 분권을 지방선거 때 ‘원포인트’ 개헌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접점으로 봤다. 그는 “여야 합의로 개헌하는 건 국민에게 통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극렬하게 분열돼 있지 않다는 걸 확인시켜 국민에게 상당한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국민의힘 분쇄’를 정치적 목표로 강조해왔던 그는 “국민의힘이 개헌에 공식적으로 동의하면 국민의힘 자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정상적 보수 정당이 되는 것이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오늘(27일)아침에 죽산 조봉암 선생 묘역을 참배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대표 수락 연설에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조봉암 선생, 노회찬 전 의원, 이렇게 네 명을 언급했다. 네 사람의 정신 모두가 우리 당에 있다는 뜻이다. 특히, 죽산 묘를 참배한 건 상징적 행사다. 지금 소득과 자산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고, 그 핵심은 부동산 문제다. 죽산은 이승만 정부에서 친일 지주 세력의 완강한 반대를 뚫고 토지 개혁을 단행했다. 혁신당은 토지 개혁의 정신을 토지 공개념으로 이어받겠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막상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쉽사리 세제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 역대 정부가 보유세 문제로 큰 타격을 입었다.
“여의도 문법으로만 접근하면 문제가 안 풀린다. 아무리 얘기해도 민주당이 반대하면 끝 아니냐. 직접적으로 여론에 호소해야 한다. 그 역할을 제가 해야 한다.”
Q : 그게 쉽지는 않은 일 아닌가.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 제가 말하는 정책을 반대한다. 강남 3구는 물론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지역구 의원들이 다 반대한다. 잘 기억해 보라. 2010년 무상급식 때 처음엔 민주당이 안 따라왔다. 그런데 국민이, 특히 아이들 키우는 주부가 다 동의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따라왔다. 토지 공개념 문제도 국민 여론이 움직일 수 있다. 서울의 특정 지역은 반대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찬성이 더 많을 것이다.”
갈라치기 아닌가.
“아니다. 현재 강남 3구, 마·용·성에 아파트 갖고 있는 분들은 이미 충분한 수익을 얻었다. 그걸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게 아니다. 강남 3구에 사는 게 죄는 아니잖나. 반강남 정책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양식 있는 분들이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 통합을 위해 강남 3구와 마·용·성에 고급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조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 민주당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 지붕 두 가족 느낌의 혁신당과 민주당은 경쟁이 필연적이다. 조 대표는 “민주당이 안 하거나 못 하거나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일을 해서 차별화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동산 정책 외에도 ▶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혁신당이 브레이크를 걸고, 권력자는 징벌적 배상 대상에서 제외한 자체 법안을 발의한 것 ▶민주당과 달리 혁신당이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 등을 대표적 차별화 사례로 들었다.
어제(26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는데, 그렇게 공개적으로 냉랭한 신임 대표 예방 풍경은 낯설다.
“저도 정 대표께서 통상의 공당 대표가 돼서 방문했을 때 대화하는 방식과는 달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건 여러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걸 제가 지금 거론하는 건 그렇다.”
Q :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나.
“원내 교섭단체 정상화 등 정치 개혁 문제는 정치권의 오랜 과제다. 지난 대선 전에 박찬대 당시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또한 민주당 대표 시절의 이재명 대통령도 선명하게 약속했다. 총 3개의 선언문도 있고, ‘대선 직후에 한다’고 돼 있다. 공당의 약속 아니냐. 우상호 정무수석도 ‘정치 개혁 논의는 이 대통령도 지지한다’고 했다. 힘을 다 합해서 가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 가능하다.”
Q : ‘2030 남성 극우화’ 발언으로 젊은 세대와 대립하고 있다.
A : “인턴 증명서 등 입시 관련 서류 문제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 았았나. 이 문제가 컸고, 2030의 비판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주거 문제가 어렵고 직장이 불안한 상태가 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부분의 국가에서 청년들이 정치적으로 극우화된다. 우리 2030 청년, 특히 남성 ‘일부’가 혐중을 하며 ‘짱깨 물러나라’고 외치고 동세대 여성을 공격하지 않나. 나이로 봐선 제가 아버지뻘이지만 훈계해서 해결될 문제는 전혀 아니다. 이대남의 인식이 바뀌어 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겠느냐.”
8개월 감옥 생활을 겪은 뒤 가장 큰 변화.
A : “20대 후반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갔을 때는 편안한 마음이었다. 이번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더 비우고 더 비우고 더 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대 교수, 법무부 장관 등 내 좋은 스펙도 결국 다 사라지지 않았나. 국민 일부가 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분들께 효능감 있는 도구가 돼야 한다.”
지방선거 때는 어디에 출마하나.
A : “그 생각을 진짜 전혀 안 하고 있다. 군대에 비교하자면 제가 사령관인데, 사령관이 어디에 있을지는 전체 선거에 대한 판단을 한 다음 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