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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쌀쌀할땐 따뜻한 음식이 ‘보약’

중앙일보

2025.11.2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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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의 항산화클럽 겨울나기

겨울철엔 과식해 체중 증가 많아
지방 적정량 섭취, 물 미지근하게
식후 짧은 산책·스트레칭 등 필요

청량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겨울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내년의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더욱 분주해지기 쉽다. 특히 외부 일정과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정작 자신의 몸을 세심히 돌보는 일은 후순위로 밀려나기 쉽고, 그 결과 독감에 노출되거나 피로가 크게 누적되는 경우도 잦아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갑고 건조한 계절을 어떻게 보내야 겨울의 기운에 흔들리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인도의 전통의학 체계인 아유르베다에서는 겨울을 “소화력이 강해지는 계절”로 설명한다. 내장의 열이 높아지고 식욕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며, 밤이 길어 휴식을 취하기에 유리한 시기라는 의미이다. 영양생리학에서도 유사한 관점을 제시한다. 기온이 낮아지면 말초혈관이 수축하여 혈류가 몸의 중심부로 몰리고, 이 과정에서 장기의 기능과 소화력이 오히려 활발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와 같은 활발함이 과식 또는 체중 증가로 이어지기 쉽다는 데 있다. 체질적으로 쉽게 체중이 증가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겨울철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며, 활동량이 줄어드는 환경 속에서는 패딩 속에서 체중이 금세 늘어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계절의 리듬을 이해하고 자연의 성질에 맞춰 식사와 생활 방식을 조정한다면, 겨울은 오히려 체력을 보충하고 에너지를 비축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영양 밀도가 높은 재료를 선택하고, 적정량의 지방을 섭취하며, 음식을 따뜻하게 조리하는 식습관을 들 수 있다.

영양 밀도가 높은 식재료를 선택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당근·무·우엉·연근 등 뿌리채소와 브로콜리·콜리플라워 같은 십자화과 채소, 견과류·콩류·해조류, 귤·대추·사과와 같은 제철 과일은 비타민과 미네랄은 물론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까지 고루 포함하고 있어 겨울철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데 적합하다. 이들 재료는 특별한 조리법 없이도 일상 식단 속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기도 하다.

겨울철의 건조함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량의 지방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육류가 부담스러운 경우 버터, 기버터, 냉압착 올리브유 등 비교적 소화가 편안한 지방을 활용하여 조리하면 된다. 샐러드보다는 찌거나 구운 채소에 소금, 레몬, 올리브유를 더한 따뜻한 조리 방식이 체온 유지에 더욱 적합하며, 나물에는 냉압착 참기름을 두툼하게 두르면 풍미와 영양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미역국에 소량의 참기름을 더해 조리하는 것도 속을 따뜻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외식 시에는 아보카도를 곁들인 메뉴를 선택하는 것도 질 좋은 지방을 보충하는 한 방법이다.

또한, 겨울철에는 피부와 관절이 쉽게 건조해지는 만큼 바르는 지방의 역할도 크다. 향이 적은 냉압착 오일로 발목이나 손목 주변을 가볍게 마사지하면 혈류 순환이 원활해지고 체온 유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을 따뜻한 온도로 섭취하는 일이다. 아유르베다에서는 소화를 ‘불이 타는 과정’에 비유하는데, 차가운 음식이나 음료는 이 불씨를 약하게 해 소화력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한다. 영양생리학적으로도 체온 저하는 면역력 약화와 신진대사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스튜, 사태찜, 소고기 무국, 미역국, 생선조림처럼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은 겨울철 소화에 적합하며, 갓 지은 밥을 곁들이면 더욱 안정감을 준다. 차가운 음료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미지근한 온도의 음료부터 차근차근 바꾸어보는 것이 부담이 적다. 생강·계피·대추처럼 따뜻한 기운을 가진 재료를 넣은 차는 겨울철에 특히 유익하다.

식사로 몸을 데웠다면 가벼운 움직임을 통해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짧은 산책이나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도 에너지가 고르게 쌓이며, 실내에서는 요가나 호흡 명상, 번지 피트니스와 같이 관절 부담이 적은 활동을 이어가면 겨울철 특유의 무거움을 덜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강도보다 꾸준함이다.

겨울은 외부로 향하던 에너지가 자연스레 내면으로 모이는 계절이다. 명상과 따뜻한 음식, 적절한 움직임이 균형을 이루면 체지방이 줄어들고 컨디션이 한층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 시기를 야구의 ‘스토브 리그’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규 시즌이 끝난 뒤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기간처럼, 우리에게도 겨울은 축적과 정비의 시간을 제공한다.

올겨울도 구운 채소와 견과 소스, 후무스, 따뜻한 스튜와 사태찜, 뜨끈한 솥밥, 샤브샤브,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몸을 데우며 ‘나만의 스토브’에 에너지를 차분히 쌓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겨울을 보낸다면 새해가 시작될 때 더욱 가벼운 몸과 안정된 마음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성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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