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소비 시장은 원산지와 가격에 따라 ‘품질 인식’이 크게 갈린다. 그렇다면, 실제 맛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지난 18일 5성급 호텔 ‘안다즈 서울 강남(Andaz Seoul Gangnam)’을 대표하는 김형진 총주방장, 이재용 부총주방장, 김민재 셰프 3인방과 원산지가 다른 3종의 소고기 블라인드 미각 테스트를 진행했다. 맛과 가성비 모두를 잡은 집밥 최적의 소고기는 무엇일까.
블라인드 테스트는 소비자들이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대가 합리적이라 가정에서도 자주 구매할 수 있는 국내산 기준 2등급으로 국내산은 육우, 미국산은 초이스(Choice), 호주산은 호주산 소고기의 특징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유기농 목초우 A를 기준으로 선정했다. 부위는 안심, 채끝, 설도로 정했다. 평가는 사람의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이용해 특징을 알아보는 관능평가 방식으로 진행했다. 평가항목은 외형, 향, 첫인상, 식감, 다즙성, 맛의 강도, 고유의 육향, 지방맛, 이물감, 후미감, 전체적 선호도, 구매의향으로 총 12가지 항목으로 평가했다. 항목 당 최고점은 9점으로 27점이 만점이다.
조리 후 평가로 안심과 채끝은 동일한 화력의 동일 조건으로 굽고, 설도는 불고기감으로 평가하기 위해 동일한 양념으로 같은 시간 재워 구워서 평가했다. 원산지는 평가가 모두 끝나고 공개했다. 평가에 앞서 김형진 총주방장은 “맛 평가는 작은 요소에서도 차이가 생긴다. 같은 고기라도 평가자가 잘라먹는 부위의 지방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또 같은 등급이라도 유통 과정에서도 차이점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번 평가를 참고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안심
소의 허리 쪽 척추 근처에 길게 붙어 있는 부위를 말한다. 소의 움직임에 영향이 적어 부드럽고 결이 고운 것이 특징이다. 한 마리에 약 2~3%밖에 나오지 않은 희귀한 부위로 가격이 높은 편이다. 김 총주방장은 “안심은 소고기 등급 평가에 중요한 마블링 보다는 부드러운 식감과 깔끔하고 담백한 고기 맛이 더 중요한 부위다. 기름이 너무 많으면 느끼한 지방 맛이 나고, 너무 적으면 퍽퍽한 느낌이 들어 이 두 맛의 조화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평가결과 1위는 육우가 차지했다. 향과 부드러움, 풍미, 다즙성, 고기 고유의 육향 등에서 27점 만점에 20점 넘게 받으며 종합 점수 217점을 받았다. 특히 외향 평가에서 3명의 셰프 모두 8점을 줘 24점으로 최고점이 나왔다. 입에 넣는 순간의 매력을 측정하는 첫인상 평가에서도 22점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해 2위와 점수 차이가 벌어졌다. 김민재 셰프는 “육우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맛이 나서 인상적이었다. 먹고 난 후 잔향도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2위는 179점으로 호주산이 차지했다. 호주산은 이물감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2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재용 부총주방장은 “불쾌한 향과 냄새를 평가하는 이물감 평가 항목에서 호주산을 8점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목초우의 특징인 것 같다. 지방은 산소와 만나 산화하면 냄새가 나는데, 초원의 풀을 먹고 자란 목초우는 지방이 적어 상대적으로 잡내가 적다. 안심에서는 이 부분이 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산은 고기 고유의 육향에서 18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지방의 맛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다소 느끼하다는 평가와 함께 8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3위를 차지했다.
━
채끝
소의 등 허리 쪽 부위가 등심이다. 이 등심 끝쪽에 채끝이 있다. 등심과 안심 사이에 붙어있어 등심과 비슷한 맛을 내지만 등심보다는 조직이 더 단단하다. 근육 섬유가 촘촘해서 씹는 맛이 좋고 근내지방(마블링)이 적당히 섞여 있어 고소하다. 구이, 볶음, 조림 등 거의 모든 소고기 요리에 사용할 수 있어 가정에서 활용하기에 좋다. 또 두툼하게 썰면 근사한 스테이크로도 즐길 수 있다.
평가 1위는 195점으로 육우가, 2위는 154점으로 미국산이, 3위는 108점으로 호주산이 차지했다. 육우와 미국산의 점수차이는 냄새, 식감, 육향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외형(차이 8점)과 풍미(차이 5점)에서 벌어졌다. 지방이 적은 호주산의 경우 다즙성(7점)과 전체적인 선호도(8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3위가 되었다. 구매 의향을 묻는 평가에서는 육우가 크게 앞섰다. 이 부총주방장과 김 셰프는 구매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김 총주방장은 가격이 맞는다면 구매 의사가 있다고 밝혀 3명의 셰프 모두 긍정적 평가를 했다.
김 총주방장은 “육우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평가한 고기 중에 풍미와 맛의 깊이가 가장 좋았고 구웠을 때 외형도 좋았다. 아쉬운 점은 채끝 스테이크는 지방과 담백함이 어울어지는 맛인데, 지방이 적어 맛의 균형이 잘 안 맞았다. 2등급이라 그런 것 같고 1등급이면 균형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설도
불고기용 소고기는 얇게 썰어 빠르게 볶거나 재워서 조리 하기 때문에 연하고 지방이 적당한 부위가 적합하다. 채끝살, 등심, 우둔살, 목심, 설도 등을 사용하는데 이번 평가는 설도로 진행했다. 설도는 소의 뒷다리 안쪽 허벅지에 위치한 부위로 근육 섬유가 길고 단단해 씹는 맛이 강하고 탄력이 있다. 지방층이 적어 담백하고 살코기 비중이 높아 저지방, 고단백 부위다. 불고기 외에도 장조림이나 수육, 찜으로 많이 사용된다.
평가는 근소한 차이로 156점을 받은 육우가 1위, 2위는 146점으로 호주산이, 3위는 121점으로 미국산이 받았다. 육우는 후미감과 육향에서 16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호주산은 육향에서 16점, 식감에서 14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국산은 외형에서 14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이한 점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1,2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재용 부총주방장은 “불고기는 양념과 조리법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고기 자체의 맛 만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부드러움 식감과 양념이 잘 베어지는 고기의 결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말했다.
김 총주방장 역시 “불고기 조리법이 다양하다. 어떤 조리법을 쓸 것인지를 정하고 소고기 부위를 정하는 것이 좋다. 언양식 불고기처럼 두툼하게 썰어 직화 구이를 한다면 지방이 어느 정도 있는 고기 본연의 맛이 강조되는 채끝이나 등심, 가성비를 따진다면 목심이 좋고,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 서울식 불고기를 원한다면 설도처럼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택해 얇게 썰어 양념하면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며 “조리법을 먼저 정하고 고기 부위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
평가항목 세부
① 외형 : 표면 색·굽기 정도·지방 분포 등 전반적 외형 만족도
② 향 : 처음 접했을 때 풍기는 향의 강도와 쾌적도
③ 첫인상 : 첫 맛의 강도와 긍정적 반응
④ 연도와 식감 : 부드러움·섬유질 느낌·씹힘의 쾌적도
⑤ 다즙성 : 촉촉함과 씹었을 때의 육즙
⑥ 맛의 강도 : 전반적인 풍미와 맛의 깊이
⑦ 육향 : 고기 고유의 향과 냄새
⑧ 지방맛과 느끼함 : 지방의 적절한 분포 및 쾌적도
⑨ 이물감 : 불쾌한 향과 맛
⑩ 후미감 : 먹고 난 후에 남은 잔향
⑪ 전체적인 선호도 : 1번부터 10번 항목을 모두 고려한 만족도
⑫ 구매 의향 : 구매, 조건부(가격 및 원산지 확인 후 구매), 구매 안 함 *항목별 1점부터 9점까지 평가
━
블라인드 테스트용 소고기 등급 정리
소고기는 나라별 등급 체계가 다르다. 국내산 소고기는 근내 지방도(마블링),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를 평가하는 육질 등급(1++〉1+〉1〉 2〉3)과 등지방두께·배최장근단면적·도체중량을 바탕으로 육량 지수를 산정해 판정하는 육량 등급(A〉B〉C)으로 나눠 평가한다. 예컨대 ‘1++A’는 육질 등급이 최고 수준인 1++이고, 육량 등급도 A등급인 조합을 말한다.
미국산 소고기는 품질 등급과 수율 등급으로 구분하여 판정하는데 품질 등급의 평가 항목은 육질 등급과 유사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등급은 프라임(Prime), 초이스(Choice), 셀렉트(Select)로 나뉜다. 수율 등급은 육량 평가와 비슷한데, 소에서 사용 가능한 고기의 비율을 예상하여 YG1부터 5까지 구분한다.
호주산 소고기는 두 가지 등급 시스템을 많이 사용하는데, 전통적으로 근내 지방도를 0~9단계로 표기하는 AUS -MEAT와 먹었을 때 식감, 풍미, 육즙 등 소비자의 기호까지 포함해 등급을 나누는 MSA(Meat Standards Australia)가 있다. MSA는 3★(일상용) → 4★(프리미엄) → 5★(최고급)으로 나뉜다. 곡물비육 기간을 기준으로 나뉘는 등급도 있다. GF(도축 직전 100일 이상), S(도축 직전 100일 미만), A(목초 비육)로 나뉜다.
━
블라인드에 참여한 셰프 3인방
김형진 총주방장 여러 5성 호텔에서 근무, 이후 파크 하얏트 서울의 부총주방장을 거쳐 24년 안다즈 서울 강남에 부임.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안다즈 서울 강남의 레스토랑을 총괄하고 있음.
이재용 부총주방장 포시즌스 서울 호텔에서 연회 및 뷔페 레스토랑을 담당, 이후 베트남 빈펄나트랑 베이 한식 총괄 셰프를 거쳐 현재 25년 안다즈 호텔 부총주방장 부임. 국내외 럭셔리 호텔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 셰프.
김민재 셰프 모던 한식 다이닝 ‘조각보 키친’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젊은 셰프. 안다즈 서울 강남의 오픈 멤버로 전통 한식에 젊고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음.
━
안다즈 서울 강남(Andaz Seoul Gangnam) 호텔
강남 압구정 한복판, 미식 경쟁이 치열한 거리 위에 있는 안다즈 서울 강남은 식음(F&B)을 핵심 정체성으로 내세운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다. 호텔의 중심 공간인 ‘조각보(Jogakbo)’는 스테이크하우스, 모던 한식, 와인 라운지로 구성돼 서로 다른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재료와 한국적 감각의 현대적 해석을 기반으로 브런치부터 코스 다이닝, 해피아워까지 폭넓은 메뉴를 갖추며, 단순한 투숙객 서비스를 넘어 식사를 목적으로 찾는 방문객들이 많은 ‘식음 중심 호텔’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