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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연말 경험의 완성품뜨거운 케이크 전쟁

중앙일보

2025.11.2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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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앞두고 본격 제작 돌입

SNS 인증·홈파티 등으로 소비 커져
사진 찍고 선물 교환하고 공간 연출

①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한 2025 페스티브 케이크. ② 안다즈 서울 강남의 ‘페스티브 트리 케이크’. ③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윈터 보야지, 메리고라운드 멜로디, 윈터 아이베어(왼쪽부터). ④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2025 뤼미에르 블랑슈’. [사진 각 호텔]
12월이 시작되면 베이커리업계와 호텔업계는 사실상 ‘전쟁 모드’에 돌입한다. 주인공은 단 하나, 크리스마스 케이크다. 브랜드는 1년의 체면을 걸고 기술력을 겨루고, 소비자는 연말의 마지막 테이블을 결정짓는 단 한 조각을 선택한다. 업계에서는 짧게는 4~6개월, 길게는 1년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향한 준비에 들어간다. 하형수 JW 메리어트 리조트&스파 총주방장은 “1년 동안 디자인과 콘셉트를 고민하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3~4개월 전부터 본격 제작에 들어간다”며 “이 과정은 단순히 케이크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셰프의 철학과 역량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올해는 11월부터 그 열기가 특히 뜨겁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지난 14일 크리스마스 홀케이크 19종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조선호텔과 협업한 ‘조선델리 노엘 트리 케이크’는 오픈 20분 만에 매진됐다. 가나슈와 블랙 벨벳 시트를 층층이 쌓은 이 케이크는 스타벅스 홀케이크 라인업 가운데 가장 고가(9만9000원)이지만 오히려 가장 먼저 사라졌다. 파스쿠찌는 한발 빠르게 연말 라인업을 공개하며 올해 처음 ‘슈퍼 얼리버드’ 예약을 도입했고, 그 결과 지난 시즌 같은 기간 대비 예약량이 800% 뛰었다.

이러한 열기가 이어지는 이유는 케이크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SNS 인증을 위한 ‘비주얼 소비’, 집에서 소규모로 연말을 보내는 홈파티 문화 확산, 호텔 파티세리의 고급화 경쟁이 겹치면서 케이크는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연말 경험의 완성품’으로 자리 잡았다. 김용호 안다즈 서울 강남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는 “식사보다는 가격·시간 부담이 적지만 기억에 남는 티타임을 만들기엔 케이크만큼 좋은 아이템이 없다”며 “사진을 찍고, 선물을 주고받고, 공간을 연출하는 순간마다 케이크의 역할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한장의 사진, 누군가에게 건네는 상자, 집 안 한가운데 놓이는 장식까지. 케이크는 연말 분위기를 결정짓는 상징이 됐다.



비주얼의 상징 ‘트리 케이크’ 절대 강세

올해 가장 뚜렷한 흐름은 연말 비주얼의 상징이 된 트리 케이크의 다양성이다. 몇 해 전부터 자리 잡은 트리 모티프가 올해는 호텔·베이커리 구분 없이 각 브랜드의 색깔을 담아 더욱 입체적이고 섬세한 형태로 진화했다. 트리는 이제 연말 케이크의 기본 구성이자, 얼마나 새로운 연출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일종의 무대가 됐다.

파스쿠찌는 에스파 카리나가 출연한 티저 영상으로 크리스마스 케이크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영상 속 ‘원더랜드 트리’는 실제 크리스마스트리를 축소해놓은 듯한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화려하고 경쾌한 무드를 담았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윈터 보야지’는 겨울 여행을 테마로 한 케이크다. 헤이즐넛 다쿠아즈, 바닐라 가나슈, 바닐라 무스를 조합해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고, 그 위에 정교한 트리 장식을 더 해 호텔이 추구하는 고급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안다즈 서울 강남의 ‘안다즈 페스티브 트리 케이크’는 완성까지 3일이 걸리는 고난도 작업으로, 가나슈 몽떼·체리 콩피·카카오 시트를 8단으로 쌓아 ‘비주얼 끝판왕’을 목표로 제작했다. 단면을 잘랐을 때 보이는 컬러와 레이어의 대비까지 계산해, 자르는 순간까지도 연출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⑤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의 피스타치오 리스, 블랑 포케, 다크 포레스트(왼쪽부터). ⑥ 스타벅스와 조선호텔이 협업해 내놓은 ‘조선델리 노엘 트리 케이크’. ⑦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다이아몬드 포시즌스 리프. ⑧ 파크 하얏트 서울의 사팽 디베르. ⑨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포인세티아 레드벨벳 케이크 [사진 각 호텔]
파크하얏트 서울 ‘사팽 디베르’는 눈 쌓인 오래된 나무의 질감을 케이크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마른 나뭇잎 위에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모습을 텍스처와 색감으로 살렸고, 금박 장식으로 마무리해 ‘겨울 숲의 한 조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는 화이트 트리를 콘셉트로, 타히티 바닐라빈 크림과 비스퀴 시트, 신선한 딸기를 층층이 올려 ‘집 안 크리스마스 장식품 같은 케이크’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는 화이트 초콜릿을 층층이 쌓고 내부는 부드러운 스펀지에 화이트 가나슈 몽테 크림과 딸기, 라즈베리 믹스 콩피로 구성한 트리 모양의 케이크를 선보였다. 다양한 풍미와 근사한 비주얼로 연말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동일한 ‘트리’라는 소재를 두고도 각 호텔이 전혀 다른 분위기와 해석을 보여주며, 보는 재미까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선물 상자·눈사람 등 ‘오브제형 케이크’ 확장

올해 파티세리들은 아예 ‘오브제형 케이크’의 세계로 발을 넓혔다. 선물 상자, 구(球) 형태 오너먼트, 눈사람, 하우스 등 테이블 위 작은 조형물에 가까운 디자인이 늘고 있다. 단순히 귀여운 모양을 따라 만드는 게 아니라, 각 브랜드의 세계관을 반영한 ‘콘셉트형 케이크’라는 점이 특징이다. 홈파티 테이블 연출과 사진 촬영 등을 위해 케이크를 고르는 소비 패턴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메리고라운드 멜로디’는 그 대표 사례다. 실제 회전하며 캐럴이 흘러나오는 회전목마 오르골 형태로, ‘케이크를 산다’기보다 ‘작품을 들인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2025 뤼미에르 블랑슈’는 눈 덮인 마을 한 장면을 케이크 위에 옮겨왔다. 이름처럼 고요한 겨울의 빛을 디테일로 표현했으며, 베이스는 워커힐 시그니처 딸기 샌드 케이크로 안정적인 맛을 유지했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포인세티아 레드벨벳 케이크’는 강렬한 붉은 포인세티아 꽃을 전면에 내세운 케이크다. 선명한 레드 컬러에 꽃잎 디테일을 더해 사진 속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감을 확보했고, 부드러운 크림치즈 크림과 촉촉한 레드벨벳 시트가 조화를 이루며 연말 특유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이처럼 오브제형 케이크는 ‘사진·연출·선물’의 기능을 한 번에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올해 연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카테고리로 꼽힌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순간 그 공간 전체의 콘셉트를 설명해주는 일종의 ‘테마 소품’이 된 셈이다.



송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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