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배우 김유정이 ‘친애하는 X’를 통해 10년 만에 악역에 도전한 소감을 전했다.
김유정은 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극본 최자원 반지운, 연출 이응복 박소현) 인터뷰를 진행했다.
‘친애하는 X’는 지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와 그녀에게 잔혹하게 짓밟힌 X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다운 얼굴 뒤에 잔혹한 본색을 숨긴 여성의 파멸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지옥을 선택한 남자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파멸 멜로다.
김유정은 극 중 살아가기 위해 가면을 쓴 백아진을 연기했다. 위태로운 어린 시절의 상처를 밟고 가장 높은 곳에 오른 대한민국 최고의 톱배우로, 김유정은 대중 앞에서는 더없이 선하고 아름다운 ‘국민 여배우’ 미소를 짓다가도, 돌아서는 순간 서늘하고 경멸 어린 눈빛으로 돌변하는 나노 단위의 표정 연기로 호평 받았다.
특히 김유정은 ‘친애하는 X’를 통해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플랫폼의 성장을 견인했으며,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또한 글로벌 OTT 차트 순위 상위권에도 랭크를 시키며 해외에서도 김유정의 연기와 얼굴이 통했음을 증명했다.
[사진]OSEN DB.
‘우아한 거짓말’ 이후 약 10년 만에 악역 연기에 도전한 김유정. 그는 “‘우아한 거짓말’에서 맡았던 역할은 나이가 어린 캐릭터이기도 했고, 백아진과는 색이 달랐다. 백아진은 원작에서도 강렬하게 존재감을 보였었고, 드라마 대본 자체도 그랬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고, 악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주인공이 됐을 때 과연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걱정이었다. 아슬아슬한 선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저도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 받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밝고, 맑고, 러블리한 느낌의 캐릭터를 주로 해왔던 김유정이었기에 ‘친애하는 X’에서의 연기는 큰 반전으로 다가왔다. 김유정은 “제가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인물의 성향이라서 많이 끌렸다. 이 작품 자체가 백아진 외의 주변 인물들의 성격이 극대화 되어 있기에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이 흥미로웠다. 그게 먼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자연스럽게 김유정이라는 사람이 아닌 백아진이라는 인물로 보여졌으면 한다는 게 원하는 포인트였다. 그 부분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제가 가진 이미지가 밝고 맑고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느낌이라서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서 연기는 열심히 하겠지만 이미지적으로 보자마자 한번에 받아들여졌으면 했다. 그 부분을 걱정했었다. 작품적으로 봤을 때는 응원을 많이 안 해주셨으면 했다. 무조건적인 백아진에 대한 지지가 맞을까 싶어서 걱정하면서 연기했는데 마냥 미워할수도 응원할수도 없는 미묘한 경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감독님께서도 그렇게 연출하시려고 공유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걱정했던 것들이 잘 묻어나와서 좋았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김유정이지만 ‘친애하는 X’는 큰 도전이었기에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준비가 필요했다. 김유정은 먼저 외적인 부분에 대해 “초반에 보여질 때 원작에서의 백아진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해서 앞머리나 긴머리를 비롯해서 교복에도 신경을 써주셨다. 백아진이라는 인물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성장하면서 연예계에 입성하게 되면서 다채로워지는 부분을 신경쓰면서 확 바뀌었으면 한다고 해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을 해보자고 했다. 테스트를 정말 많이 하면서 톤을 맞춰 나갔다. 전체적인 분위기, 색감 등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점점 백아진이 피폐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1부와 2부를 보면 얼굴이나 형태도 좀 바뀌었다. 고등학교 때가 생기있는 모습인데, 그런 부분에서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는 숙제다. 지금도 내가 ‘친애하는 X’ 촬영하면서 쌓인 감정들이 다 풀렸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긴 한다. 다행히도 도움을 많이 부분은 현장 분위기가 작품과는 상반되게 너무 좋았다는 것과 감독님 두 분과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이 작품의 대화 뿐만 아니라 사적인 것들도 많아서 롤이 안 돌았을 때는 개인적인 것들은 지킬 수 있었다. 그거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낀다. 들어가기 전부터 어떻게든 백아진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 세뇌시키듯 다짐한 부분도 있다. 최종적으로 돌아봤을 때는 저는 백아진을 응원하지 않는 건 변함이 없기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과정은 필연적으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김유정은 “제가 놀랐던 포인트는 제가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어떤 장면은 기억이 나지 않더라. 제가 생각해도 상황들이나 감정 자체가 충격적인 것들이 많은데 사람이 너무 충격적이면 순간 기억을 잊는다고 하는데 그런 것처럼 경험을 했다. 표정 같은 것도 허인강과 헤어지는 장면 볼 때도 ‘내가 저렇게 못됐나’ 싶을 정도로 깜짝 깜짝 놀랐었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노력한 김유정의 진심은 통했다.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김유정은 “티저 공개 됐을 때 반응이 좋을지 예상을 못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반응도 좋아서 걱정도 되면서 공개 됐을 때 반응이 똑같이 왔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공개되고 난 후 좋은 글도 많이 써주시고 팬 분들도 좋아해주셔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원작을 사랑해준 팬들도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는 평을 해주셔서 그런 지점에서 다행이고 기분이 좋았다”고 웃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