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필주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 알 나스르)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출전 정지 위기가 파격적인 징계 유예 결정으로 해소되면서 축구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월드컵 흥행을 위해 호날두에게 FIFA가 특별한 혜택을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과연 FIFA의 결정이 규정상 정당한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 공격수 호날두는 지난 13일(한국시간) 2-0으로 이긴 아일랜드와의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상대 선수 다라 오셰이(26, 입스위치 타운)에게 팔꿈치를 휘둘러 퇴장당했다.
FIFA의 폭력 행위 규정에 따르면 호날두는 최소 3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FIFA 징계위원회는 이미 아르메니아와의 최종 예선에서 1경기를 소화한 호날두에게 남은 2경기 징계를 1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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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징계위원회는 "다른 A매치 225경기에서 퇴장당한 적이 없다"는 호날두의 이력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잔여 2경기 징계는 호날두가 "앞으로 1년 동안 비슷한 성격과 심각성의 또 다른 위반을 저지를 경우에만" 발효된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호날두는 내년 여름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 첫 경기부터 숙명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38, 인터 마이애미)와 함께 포르투갈 대표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호날두의 징계 유예 결정이 나오자마자 'FIFA가 월드컵 흥행을 위해 스타 선수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FIFA는 규정상 이 같은 징계 감면 조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FIFA 징계 규정 제27조는 징계 조치를 "1년에서 4년의 보호관찰 기간 동안 전부 또는 일부 유예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또 제25조는 "해당 FIFA 사법 기관은 부과될 징계 수위를 축소하거나 심지어 완전히 면제할 수 있다"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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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는 이런 조항들을 근거로 호날두에 대한 결정을 내렸으며, 월드컵 본선이 선수 경력의 정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태도다.
주요 매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영국 '가디언'과 BBC 등은 FIFA가 징계 규정에 따른 유예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규정상 문제없음'에 무게를 실었다. BBC는 특히 '특별 대우인가,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좀 더 중립적인 모습을 취했다.
반면 영국 '골닷컴'은 호날두를 위한 FIFA의 결정이 "규칙을 구부렸다"고 비판하며 "경기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는 팬들의 비난을 싣기도 했다.
글로벌 매체 'ESPN' 역시 징계 감경은 FIFA 권한임을 인정하면서도, 월드컵 흥행을 위한 '호날두 효과'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 이중 잣대 논란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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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페인 '마르카' 등은 호날두의 '극적인 구원'에 초점을 맞추며 징계 유예가 그의 경력을 존중한 조치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호날두처럼 3경기 징계가 일부 유예된 경우는 이례적이지만, 의무적인 처벌 수위를 낮춰 월드컵 출전을 허용한 사례는 많았다는 것이 BBC의 설명이다.
2014년 프랑스 수비수 로랑 코시엘니는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상대의 뺨을 때려 퇴장당했다. 하지만 FIFA는 3경기 징계 대신 1경기 징계만 확정해 아스날 센터백이었던 코시엘니의 월드컵 출전을 허용했다.
같은 해 크로아티아의 마리오 만주키치 역시 플레이오프 퇴장으로 본선 2경기에 결장할 위기였다. 그러나 FIFA는 징계를 1경기로 줄여 카메룬전 출전을 허용했고, 만주키치는 이 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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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네덜란드 필립 코쿠는 예선에서 보복성 팔꿈치로 퇴장당했으나, 2경기 징계만 받아 월드컵 개막전 출전은 가능했다. 2002년 멕시코 헤수스 아레야노는 폭력 행위로 3경기 징계를 받았지만 항소로 본선 직전 징계가 1경기로 감면되기도 했다.
웨인 루니는 유로 2012 예선에서 발길질로 3경기 징계를 받았으나 항소로 2경기로 줄였다. 덕분에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득점하며 잉글랜드의 조 1위를 이끌었다. 2023년 여자 월드컵에서 퇴장당했던 로렌 제임스도 2경기 징계로 결승전에 교체 출전했다.
반면 2006년 월드컵 때 독일의 마이크 한케는 1년 전 컨페더레이션스컵 퇴장 징계(2경기)가 유지돼 월드컵 본선 첫 2경기를 결장했다. 일본의 하세베 마코토도 2010년 월드컵 예선 퇴장으로 2경기 징계를 받아 두 번째 경기였던 월드컵 첫 경기를 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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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카타르의 타렉 살만(알 사드)는 올해 10월 예선에서 퇴장당해 2경기 징계를 받았고, 에콰도르의 모이세스 카이세도(첼시)와 아르헨티나의 니콜라스 오타멘디(벤피카)는 최종 예선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내년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 결장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