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수형 기자] 한국 연극·방송계를 상징하는 ‘국민배우’ 고(故) 이순재가 25일 새벽 영면했다. 향년 91세.그의 별세 소식은 오랜 시간 함께했던 동료들은 물론,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특히 예능 ‘꽃보다 할배’를 연출했던 나영석 PD는 공식 자리에서 결국 울컥하며고인을 향한 깊은 애도를 전했다.
#. 제작발표회장에서 울컥한 나영석 PD
지난 25일 열린 넷플릭스 ‘케냐 간 세끼’ 제작발표회. 행사 시작과 동시에 박경림은 조심스레 부고를 전했다.“오늘 아침, 이순재 선생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란 말이 들린 순간, 나영석 PD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가까스로 입을 열며 “아침에 연락을 받고 너무 놀랐습니다.지난 1년간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당황스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라며 깊은 충격과 슬픔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꽃보다 할배’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선생님과는 여행도 함께했고, 연극 무대에도 찾아뵙고…사적으로도 자주 뵀습니다. 늘 ‘나는 끝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하시던 분이었어요."라며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몸소 보여주셨던 분이었습니다.선생님, 그곳에서는 부디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고, 현장 역시 숙연해졌다.
[사진]OSEN DB.
#. ‘채널십오야’도 추모… “우리의 영원한 꽃할배”
같은 날 오후, 나영석 PD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도SNS를 통해 고인을 기리는 글과 함께 ‘꽃보다 할배’의 추억 사진을 공개했다. “우리의 영원한 꽃할배, 이순재 선생님을 깊은 애도와 함께 추모합니다.선생님과 함께한 모든 시간, 모든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것.
또 공개된 사진에는 스페인·프랑스·대만 등 ‘꽃보다 할배’ 촬영 당시밝게 웃으며 여행을 즐기던 고인의 모습이 담겨팬들의 마음을 더욱 아릿하게 했다.
#. 백일섭 “술도 못하시면서… ‘같이 가자’ 하던 형님”
‘꽃할배’ 멤버이자 오랜 친구였던 백일섭 역시 OSEN과의 통화에서 먹먹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뉴스 보고 알았다. 너무 허무하다. 회식 끝나면 ‘2차 가자’고 하면 꼭 따라오셨다. 술도 못하시면서 ‘그냥 같이 가’라며 늘 후배들과 함께하려 하셨던 분이다.”고 했다.
또 최근 직접 안부를 전하려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던 당시 상황도 전하며 “박근형 형이랑 전화해보자고 했는데 안 받으시더라.재활 중이라 금방 나오시겠지 했는데… 이렇게 가셨네.”고 말했다.
[사진]OSEN DB.
#. “꽃보다 아름다웠던 할배”… 영원한 이별
‘꽃보다 할배’를 통해 세상을 여행하며 누구보다 따뜻한 미소를 보여줬던 할배.후배들에게는 든든한 어른, 시청자에게는 영원한 국민배우였던 이순재. 나영석 PD의 말처럼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평생 몸으로 증명해낸 그는 91년의 길고 위대한 여정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한편, 이순재는 서울대 철학과 출신으로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다. 연극·드라마·영화를 넘나들며 남긴 작품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동의보감',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허준', '이산',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연극 '리어왕', '세일즈맨의 죽음', '장수상회' 등 셀 수 없을 정도.
특히 지난해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현역 최고령 수상자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건강 문제로 중도 하차하며 우려가 제기된 바 있고,최근까지 회복과 휴식을 반복하다 결국 영면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