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50세 유부남, 23세 청년 덮쳤다…아침 옥탑방서 생긴 일

중앙일보

2025.11.27 18:0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제 24화 그날, 옥탑방에서 생긴 일


일러스트 챗GPT, 바이트댄스. 이경희 기자

낮 12시10분의 비명

10월의 어느 날 정오.

식당 창으로 번진 햇살에 컵 안의 물이 일렁이던 순간, 휴대전화 벨소리가 주변 소음을 뚫고 울렸다. 발신자는 근무 중인 강력팀장.

" 강도 사건입니다. 주거지에 침입해서 금품을 강취하고, 피해자를…. "

말끝이 잠겼다. 하지만 그 빈칸을 출동 차량 사이렌 소리가 메웠다.
긴박함은 설명보다 소리가 먼저였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계산대에 카드를 던지듯 얹은 뒤 뛰어나왔다.

불과 몇 분 전, 112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했다.
차 안에서 녹취가 흘렀다. 수화기 너머, 거친 숨과 떨림.

" 도와주세요... 누가 집에 들어와서 돈을 빼앗고…. "

말끝은 흐렸지만, 목소리엔 이미 절박함을 담고 있었다.
단순 절도 신고의 톤이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이미 사건이 평범하지 않다는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

현장은 고급 빌라촌이 즐비한 A동의 한 빌라 5층 옥탑방.
흔들리는 계단을 타고 오르는 동안, 햇살은 마치 위로라도 하듯 머리 위로 빛났다.
골목 아래로는 배달 오토바이의 엔진음이 바람을 타고 요란하게 스쳤지만, 문 앞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그 고요는 평온이 아니라 방금 전 무언가가 지나간 뒤의 빈자리로, 금방이라도 다시 소리가 날 것 같은 팽팽한 정적이었다.

침묵 속의 침입, 피해자의 외침

문이 열리는 순간, 방은 이미 무언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뒤집힌 소파, 바닥에 흩어진 휴대전화 케이스와 열쇠, 먼지 위로 찍힌 어지러운 발자국.
흐르는 침묵은 모든 것을 가리려 했지만, 그 침묵이 증거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거실 한가운데 피해자 서영수(가명·23세)씨가 앉아 있었다.
이마의 피멍이 먼저 상황을 알려왔고, 이어 마주친 눈빛이 잠깐 흔들렸으나 이내 피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낮추어 말했다.

" 지금은 괜찮습니다. 떠오르는 만큼,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

내 마음의 속도만큼 채근할 수 없었다.
내면의 감정을 앞지르는 질문은 자칫 상처를 더 덧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도심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새벽까지 일하고 돌아와 늦은 아침까지 잠든 사이, 창문은 열려 있었고, 공동현관은 잠기지 않은 채였다. 사건은 언제나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온다.
그 틈을 노린 누군가가 소리 없이 침입했다.

인기척에 눈을 뜬 피해자가 거실로 나왔을 때,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주저 없이 팔을 꺾고, 주방에서 들고 온 가위를 목에 들이댔다.

" 움직이면 죽는다. "

낮은 목소리였지만, 숨조차 얼릴 수 있을 만큼 차가웠다.
피해자는 소파에 눕혀졌고, 얼굴 위로 티셔츠가 덮였다.
시야를 빼앗긴 공포는 가장 빠른 속도로 번진다.

" 돈 어디 있어? "

“없다”는 대답이 나오자 그는 가위 손잡이로 이마를 내리쳤다.
순간, 묵직한 통증이 머리를 울렸고, 이어 지갑을 뒤져 신분증을 빼 들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그러나 금품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는 피해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고, 몸 곳곳을 더듬는 등 유사 성행위에 해당하는 추행을 가했다. 그 끔찍한 행위는 한동안 이어졌고, 이후 성행위까지 시도했다.

" 돈은 구해올 테니 제발… 그만해주세요…. "
" 신고하면 이 사진 퍼뜨릴 거야. "

그는 나체 사진을 찍고는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고 사라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영수씨는 고민했다.

‘이걸 신고하면… 소문나지는 않을까? 남자가 남자한테… 누가 내 말을 믿어줄까.’
공포와 수치, 분노와 망설임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러나 그는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돼. 나 말고 다른 누군가도 당할 수 있어.’
그렇게 112로 신고 전화가 온 것이었다.
피해자가 스스로를 내던지는 대신 붙잡기로 한 그 결심.

그 결심이 오늘 우리를 현장으로 불러 세웠고, 수사의 방향을 정했다.

(계속)


문고리의 긁힌 자국, 싱크대 위 물잔의 지문, 방바닥의 족적, 복도 모서리에 걸린 미세한 섬유…. 감식팀은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이 흔적들을 집요하게 추적한 형사들은 결국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정태호(가명). 50세 남자였다.
청년의 존엄을 무너뜨린 그놈, 신상 정보를 조사하던 형사들은 놀랐다.
그는 아내가 있었다. 게다가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정태호는 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걸까.

이 사건의 전말,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50세 유부남, 23세 청년 덮쳤다…아침 옥탑방서 생긴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6748


현직 형사가 본 사건의 이면

클럽서 쓰러진 20대女 죽었다…CCTV가 깐 여동생 커플의 배신
여동생 커플과 클럽에 간 언니가 죽었다. 클럽 내부 CCTV를 돌려보자 진실이 드러났다. “누군가 언니에게 마약을 줬다.”던 여동생의 진술과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친언니의 인생을 무너뜨린 여동생의 첫 마디는 너무나 잔인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0639

엄마 잔혹 살해한 그밤…16세女 임신시킨 아들의 '술집 셀카'
아들은 둔기로 어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리고 몇시간이 지났다. 새벽 2시30분. 어머니의 피가 채 마르지 않은 시각에 아들은 도심의 술집에서 웃고 있었다. 소주잔을 부딪치며, 친구들과 셀카를 찍으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1200

“그 아저씨 없인 못 살아요” 소녀 셋 홀린 52세의 주사기
10대 소녀를 지옥에 빠뜨린 남자. 밥 잘 사주고, 잘 곳도 마련해주던 그 남자는 어느 순간 돌변했다. 그런데도 소녀 3명은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아저씨 없이는 못 살아요.” 소녀를 나락으로 보낸 그 남자, 호텔방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진 걸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9506

딸은 다 알면서 담요 던졌다…“한강에 가자” 엄마의 죽음
“한강에 바람 쐬러 가자.” 엄마가 던진 말의 의미, 딸은 알고 있었다.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한강으로 갔다. 두 사람은 강물 앞에 섰다. 그러다 어머니가 휠체어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강가로 향했다. 딸은 그녀를 바라보다 담요를 던져주었다. 그 담요를 바닥에 깔고, 기어 내려가 강물 속으로 조용히 몸을 담갔다. 모녀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5019

“난 29년간 지옥에 살았다” 엄마·내연남 칼부림한 아들
어머니의 한마디에 아들은 무너져내렸다. 분노는 그를 집어삼켜 마침내 통제력을 잃었다. 품고 있던 흉기를 꺼냈고, 거실은 피로 물들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휴대폰을 열어 한 남자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리고 그를 찾아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6827



박원식([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