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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서도 AI 부정행위 터졌다…학교 “전원 재시험”

중앙일보

2025.11.27 20:31 2025.11.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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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17시험장인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대학가에서 잇따라 제기된 학생들의 인공지능(AI) 부정행위 문제가 고등학교에서도 발생했다.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 AI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로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수행평가에서 AI를 활용한 대규모 부정행위가 이달 초 적발됐다. 태블릿PC ‘디벗’을 활용해 책의 줄거리를 작성하는 평가 방식이었으나, 감독 교사가 한 학생의 화면에 구글 클래스룸이 아닌 다른 페이지가 열린 것을 발견했다. 접속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일부 학생 답안의 분량이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은 AI가 생성한 답변을 옮겨 적거나 미리 작성해둔 내용을 붙여넣었다고 인정했다.

학교는 형평성을 위해 평가를 무효로 하고 종이 기반 재시험을 실시했다. 학교 측은 “AI 사용 금지 방침을 사전에 공지했지만, 특정 학생을 지목하기 어려워 전원 재시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도 AI 부정행위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연세대 ‘자연어 처리와 챗GPT’ 강의 중간고사에서는 상당수 학생이 AI 프로그램으로 답안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비대면 시험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띄우거나 촬영 각도를 조정한 정황 등이 포착됐다. 서울대 ‘통계학실험’ 중간고사에서도 AI로 생성된 코드가 발견돼 성적이 전면 무효 처리됐다.

특히 고등학교 수행평가는 대입과 직결돼 공정성 논란이 더욱 크다. 경기 지역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당연하다는 듯 챗GPT로 PPT나 자료조사를 한다”며 “AI 사용을 막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중고 학생을 위한 명확한 AI 사용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부재하다. 서울시교육청이 2023년 배포한 ‘학교급별 생성형 AI 활용 지침’은 이용 연령 확인과 윤리 교육 안내 정도만 포함하고 있다. AI 답변을 그대로 제출해도 교사가 제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AI 역량 강화를 강조하는 만큼 사용 기준과 윤리 교육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부는 ‘모두를 위한 AI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하며 초중고 AI 교육 시수 확대와 AI 중점학교 확대 계획을 밝혔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학생들이 AI 답변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커 분석력과 창의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학령 단계별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AI 에듀테크 공교육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며 내년 개학 전 각 학교에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도 올해 12월 초중고 대상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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