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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부진 아닌 '조직적인 붕괴'" 영국 언론, 리버풀-슬롯 '역사에 남을 부진' 분석

OSEN

2025.11.2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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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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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리버풀이 완전히 무너졌다. 12경기 중 9패. 최근 3경기 1득점 10실점. 여름 이적시장에 4억5000만 파운드(약 8,733억 원)를 투자했지만, 작년 같은 시점보다 승점 13점, 순위 11계단 아래다.

'위기'라는 단어조차 부족하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아르네 슬롯에게 살아남을 길이 있는가"라며 리버풀의 총체적 난국을 해부했다.

슬롯 체제의 초반은 완벽했다.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를 일주일 사이에 연달아 2-0으로 제압했고, 바이어 레버쿠젠전 4-0 승리는 리버풀의 '압도적 조직력'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흐름은 급격히 무너졌다. 1월 1일 이후 공식전 49경기에서 66실점. 5월 25일까지 치른 첫 29경기에서 33실점이었는데, 이후 20경기에서 다시 33실점을 허용했다. 단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붕괴다.

특히 수비 라인은 혼란 그 자체다. 브래들리와 제레미 프림퐁이 빠졌을 때 커티스 존스나 소보슬러이를 오른쪽 풀백으로 세우는 실험이 계속되며 전술 균형이 깨졌다. 마르크 게히 영입이 성사됐다면 달랐을까. 상대가 리버풀 중앙을 파고드는 장면은 더 큰 공간을 노출했다.

새 얼굴들의 실패도 치명적이다. 수천 억을 들인 알렉산데르 이삭과 플로리안 비르츠는 '월드 클래스 잠재력'보다 '막대한 가격표'만 기억될 위기다. 밀로시 케르케스와 프림퐁은 기대 이하였고, 마마르다슈빌리 역시 켈러허를 내보낼 만큼 믿음직한 모습은 아니다. 초반 폭발력을 보인 위고 에키티케는 리그컵 퇴장 이후 흔들리고 있다. 데일리 메일은 "리버풀에서 살아남기 위해 요구되는 정신력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리버풀은 4-1로 박살낸 PSV 에인트호번의 페테르 보츠 감독은 "경기 전부터 상대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감독의 미래는 이미 뜨거운 도마 위에 올랐다. 슬롯은 PSV전 1-4 참패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잠 한숨 못 잔 듯한 표정으로 버텼다. 슬롯은 "지난 한 달 반과 달라진 건 없다. 싸울 것이다"라고 했지만, 12경기 9패라는 현실은 모든 논리를 압도한다. 선수단 리더인 반 다이크는 "우리가 감독을 돕지 못하고 있다"라고 인정했다. 오는 주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도 패배한다면, 사실상 '사임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술적 문제도 뚜렷하다. 상대 팀들은 이미 리버풀의 전개 방식을 공략하는 법을 알고 있다. 슬롯은 에키티케 부상으로 전방 압박이 무너졌다고 설명했지만, 데일리 메일은 "사실상 이삭을 겨냥한 비판이었다"고 해석했다. 첼시의 풀백 마르크 쿠쿠렐라는 최근 인터뷰에서 "살라가 수비 가담을 안 한다. 오른쪽은 너무 쉬운 공략 지점이었다"라고 말했다. 살라의 '수비 면제 특권'은 작년 57개의 공격 포인트를 남겼을 때는 공감대를 얻었으나, 최근 부진한 상황에선 독이 되고 있다.

베테랑들의 부진도 위기다. 재계약 단계에서 구단의 미래를 건 인물들이었던 살라와 반 다이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알리송의 부상, 로버트슨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 벤치 자원의 신뢰 부족까지 겹쳤다. 여름 대규모 투자 이후에도 리버풀은 여전히 스쿼드가 얇다. 윙어 두 명은 경쟁자가 없고, 중원 백업은 엔도·유망주뿐이다. 벤치를 돌아봐도 더 이상 디아스·누녜스·조타는 없다.

리버풀은 지금 '원인 규명'보다 '탈출 가능성'을 묻는 단계에 섰다. 슬롯은 감독 경력에서 이런 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 데일리 메일은 "이번 패배가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붕괴"라며 "웨스트햄전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결론냈다.

지금 리버풀은 어딘가 삐끗한 팀이 아니라, 길을 잃은 팀이다. '슬롯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이제 '살아남을 이유가 있느냐'라는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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