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 3세계 국가 출신자의 미국 이민을 영구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앞에서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의 주방위군 상대 총격 사건을 반(反)이민 정책의 강화 계기로 삼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 시스템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제 3세계 모든 국가의 미국 이민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바이든이 불법적으로 허용한 수백만 건의 입국을 전부 종료하며, 미국에 보탬이 되지 않거나 우리 나라를 사랑할 능력이 없는 모든 사람을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에게 제공되는 모든 연방 혜택과 보조금을 중단하고, 국내의 평온을 해치는 이민자들의 시민권을 박탈하며, 공공의 짐 혹은 안보 위험이 되거나 서구 문명과 양립 불가능한 외국 국적자를 모두 추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적이고 파괴적인 사람들을 대폭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이런 상황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역(逆)이민(REVERSE MIGRATION) 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 3세계’가 정확히 어디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미 이민국(USCIS)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모든 ‘우려 국가(country of concern)’ 출신의 모든 외국인의 영주권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재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상 국가는 총격범의 출신국인 아프간을 비롯해 지난 6월 대통령 포고문을 통해 입국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제한한 19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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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괴물…아내·자녀 추방도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의 자택 머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한 장병들과의 화상통화에서 “방금 (총격을 받은) 병사 중 1명인 새라 벡스트롬(20·여)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또 다른 병사 앤드루 울프(24·남)도 여전히 위독하다. 더 나은 소식을 들으면 좋겠다”고 했다.
총격범 라마눌라 라칸왈에 대해선 “이 일(총격)을 저지른 괴물도 중태지만, 그에 대해선 얘기조차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총격 당일인 전날엔 총격범을 ‘짐승(animal)’이라고 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번 사건을 ‘테러 공격’이라며 “우리나라에 들어온 사람들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범행’에 무게가 실린 이번 사건의 책임을 모든 해당 국가 출신자에게 지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프간인들은 비행기를 타고 대량으로 들어왔고 아무런 검증이 없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범죄자로, 미국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총격범의 아내와 자녀를 추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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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때 망명 허가했지만…“들여보낸 바이든 탓”
총격범 라칸왈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조직하고 훈련시킨 아프간 현지 대테러 부대 ‘제로 부대(Zero Units)’ 소속으로 미국을 지원해 탈레반과 싸웠던 군인 출신으로 확인됐다. ABC에 따르면 그는 CIA와 협력한 전력을 인정받아 당시 미국으로의 탈출이 허가된 아프간 난민 7만 6000여명 중 한명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고, 트럼프 2기 행정부 때인 지난 4월 망명 허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가 망명을 허가했는데 왜 바이든 탓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취재진에게 “당신은 멍청이(stupid)인가”라고 발끈하며 “법 때문에 한번 들어오면 나가게 할 수 없다. 그들은 신원조사를 받지 않았고 들어오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아프간인들의 탈출 사진을 제시하며 “완전히 난장판이었고, 우리는 그들을 내보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아프간 철군을 약속했다. 실제 철군은 바이든 정부 때인 2021년에 이뤄졌는데, 제로 부대는 당시 미국에 협조했던 아프간 국민 수만명의 탈출과 미군 철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현재 2200명의 주방위군이 투입된 워싱턴에 병력 500명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며 논란을 빚고 있는 군병력 투입 문제를 정면돌파할 뜻을 밝혔다. 반이민 정책과 이를 위한 대규모 군병력 투입은 반대 진영의 반발은 물론 법적 논쟁에 휩싸인 상태다. 연방법원은 지난 20일 워싱턴시가 병력 투입을 금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군 투입 이후 엄청난 범죄와 살인, 사망 등 모든 것이 발생했던 상황이 모두 사라졌다”며 “더 많은 병력을 투입시키겠다”고 말했다. 특히 방위군 투입의 효과를 강조하는 과정에선 “이 조치(테러)가 취해진 건 군을 투입한 것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총격범은 치안이 개선돼)범죄를 저지를 수 없게 돼 화가 난 걸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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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3500억 달러 지불…미국인 소득세 없앨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병들과의 통화에선 “취임 9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주식 시장이 48번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이는 관세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6500억 달러, 한국은 3500억 달러, 유럽연합은 9500억 달러를 (미국에)지불한다”며 “그들은 우리를 존중하며 협정을 체결했고, 관세를 내기 싫어서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년 안에 (미국인의) 소득세를 상당히 삭감하거나 아예 없앨 수도 있다”, “배당금 형태로 (관세 수입이)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SNS에선 전날 JD밴스 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칠면조를 폄하한 발언이 확대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밴스 부통령은 전날 ‘포트 캠벨’ 육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솔직히 칠면조를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고, 몇 사람이 손을 들자 “손 든 사람은 모두 X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칠면조는 사실 맛이 없고, (칠면조를) 맛있게 하려고 온갖 희한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기 위해 “추수감사절이 미국의 명절이기 때문에 이날 먹는 고기도 ‘독특하게’ 미국의 칠면조”라고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SNS에선 미국의 전통과 대통령의 정책을 비하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부통령이 저렇게 자폭하는 건 처음 봤다”는 평가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