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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태 악질 성폭력" 사퇴 외치는 野…"정청래 난감" 말돈다 왜

중앙일보

2025.11.27 22:33 2025.11.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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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국회 여성 비서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관련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당은 28일 의원직 사퇴와 제명까지 요구하고 나섰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진상 파악이 우선이란 입장이지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날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지난해 10월 국회 보좌진의 저녁 술자리가 있던 서울 여의도 한 식당의 모습이 담겼다. 장 의원이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과 밀착해 앉아 있는 모습과 한 남성이 “남의 여자친구랑 뭐 하시냐”며 장 의원 멱살을 잡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은 28일 총공세를 폈다. 최수진 원내수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약자인 보좌진을 유린한 악질적인 권력형 성폭력이자 최악의 갑질”이라며 “구차한 변명 뒤에 숨지 말고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고 수사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선영 의원은 “초록이 동색이라는 비판을 피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민주당은) 장경태를 제명하라”며 “민주당 정청래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당장 피해자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했다.

민주당을 향한 원색적 비난도 나왔다. 진종오 의원은 “또다시 ‘더듬어만진당’, ‘더불어만진당’ 이라는 말이 왜 반복되는지 스스로 되묻기를 바란다”며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며 가해자는 심신미약까지 주장하는 건 아닌지 씁쓸할 따름”이라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민주당의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태스크포스(TF)’에 빗대어 “장경태 TF나 만들어라”고 직격했다.

피해자 A씨의 남자친구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멱살을 잡고 있다. TV조선 캡처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상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전날 정청래 대표는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현재로써 지시 이상으로 지도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감찰단 조사 결과에 따라 지도부가 추가로 할 일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장 의원 성추행 의혹이 내년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의 시당위원장이 장 의원인 까닭이다. 박 대변인은 “당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이 사안 자체를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천만의 꿈 경청단’ 출범식에 참석해 장경태 서울시당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치권에선 “정 대표가 난감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8·2 전당대회 당시 정 대표 당선에 기여한 공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당원주권정당특별위원장을 맡아 정 대표의 1인1표제 강행 추진을 도맡았고, 지방선거기획단 공천제도분과장으로 공천 규정 마련에 관여해왔다. 당내 일각에선 “내란 세력들에게는 (장 의원이)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장 의원과 함께하겠다”(김민주 선임부대변인)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장 의원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와 함께 공개한 동의 없는 촬영 영상은 사실과 다른 명백한 무고”라며 “다음날 저는 당시 자리를 함께했던 분들과 일상적인 안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적었다. 사퇴를 요구한 국민의힘 측에겐 “몰래 동의 없는 촬영을 한 사람이 국민의힘 소속은 아닌지 파악해보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장 의원은 전날엔 기자들과 만나 “그냥 자리가 있었고 저는 잠깐 늦게 갔다”며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와서 행패를 부리니까 그냥 바로 자리에서 떴다”고 해명했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선 “전혀 사실이 아닌 허위 무고와 관련 음해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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