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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日 진정 필요”…日 트럼프 '관여'에 커지는 우려

중앙일보

2025.11.27 22:50 2025.11.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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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발언이 미·일 관계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국과의 통상협상에 공들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면서다.

아사히신문은 28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 발언을 빌어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서 사태를 진정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한 바 있다. “자제하라”는 발언은 없었다는 것이다.
 대만유사시 군사개입을 시사한 발언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5일 오전 10시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전화 회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급히 성사된 회담은 통역을 동반해 약 25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 시간에 걸쳐 전화 회담을 나눴는데, 다카이치 총리와의 통화는 그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시 주석이 대만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을 전하면서 중국의 도발에 엮이지 않고 미·일이 제휴해 사태 진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밝혔다고 한다.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 취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일 갈등에 직접 관여한 것”이라면서 “다카이치 정권이 미·일 관계 영향을 포함해 어려운 대응을 하게 됐다”고 풀이했다. 중국이 거듭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오랜 동맹국인 미국마저 실리를 앞세워 다카이치 총리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일본의 선택지가 줄었다는 얘기다. “시진핑 주석의 주장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쐐기를 박은 구도”라는 평가도 내놨다. 미국이 중·일 갈등 격화를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란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 등 무역 협상의 물꼬를 텄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내년 4월 중국 방문과 시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도 약속했다. 최근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미·중 정상이 내년 일 년간 최대 4번의 대면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양국 정상 교류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과 다르게 중·일 갈등이 격화하면 외려 미·일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에 “사태가 심각해지면 아베 정권부터 쌓아온 공고한 일·미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소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로 보이는 것도 일본으로서는 불편한 부분이다. 시 주석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들며 대만 문제는 ‘내정’이라는 입장을 설명한 데다 중국이 외교 무대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은 2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중(12월 3~5일)에 앞서 에마뉘엘 본느 프랑스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비판하고 “핵심적 이익에 관한 문제에 대해 서로 지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본느 보좌관은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당한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일본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계를 중시할수록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리스크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공세를 올리고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2012년 때처럼 희토류 수출 금지 등 경제 제재 카드를 들고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대표적이다. 반면 일본이 중국과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한 상태다.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는 보수층 지지 확보를 위해 발언 철회를 할 수 없는 데다, 공명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하면서 이번 정권 내에 중국과 대화에 나설 ‘파이프’를 보유한 인물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을 염두에 둔 방위력 증강은 물론 ‘핵을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오랜 일본의 비핵화 3원칙을 다카이치 총리가 명언하지 않은 것도 중국과의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중국은 최근 발표한 ‘새로운 시대의 중국의 군비 통제, 구축 및 불확산’이라는 이름의 핵 정책 백서를 20년만에 발간해 핵 군비 경쟁을 추구하지 않으며 미국이 아시아에 공격적인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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