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HD현대와 무인수상함을 공동 건조하기로 한 미국 방산테크 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이하 안두릴)가 잇단 기술 결함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안두릴 같은 방산테크와 손잡고 미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방산 기업으로선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5월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진행한 미 해군 훈련 당시 안두릴의 자율운항 소프트웨어 ‘래티스’가 탑재된 무인전투함 30척 중 10여척이 오작동을 일으켰다. 전투함은 통제 명령을 따르지 않았는데, 자동 안전장치 작동으로 엔진 가동이 중단되며 바다 위에 표류했다. 미 해군은 보고서에서 “안두릴은 계속해서 작전 보안·안전 규정을 위반했다”며 “안두릴의 소프트웨어 설정을 즉시 수정·검증하지 않으면 인명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 사안에 대해 안두릴은 WSJ에 “문제는 래티스가 아니라 함정을 만든 기업의 소프트웨어 오류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 해군 관계자는 WSJ에 “함정에 래티스를 구현하는 책임은 안두릴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이달 초에는 안두릴의 드론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일도 있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플로리다 소재 에글린 공군기지에서 이뤄진 날개형 드론 ‘알티어스(Altius)’ 시험비행에서 드론 한 대가 2400m 상공에서 수직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잠시 후 별도 시험 비행에서는 또 다른 드론이 나선형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안티드론(드론 방어용 개체) 앤빌(Anvil)이 오리건주에서 진행한 드론 요격 시험 중 추락해 공항 인근에 대형 화재를 일으키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배치된 안두릴의 드론이 러시아군의 전파 방해 공격에 취약한 나머지 목표물 타격에 자주 실패해 지난해 사용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그때마다 팔머 럭키 안두릴 창업자는 “드론은 전장 배치가 가능한 수준”이라거나 “시험비행에 실패한 건 미 공군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조너선 웡 선임 정책연구원은 WSJ에 “안두릴은 (실전 배치를 위한) 준비가 덜 돼 있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율무기시스템과 국방 플랫폼 개발사인 안두릴은 미국 군수산업 혁신을 빠르게 이끄는 방산 테크지만, 전통적인 방산기업 대비 안전·검증 체계를 정밀하게 거치지 않는다. 창업자 팔머 럭키는 올해 37살로 가상현실(VR) 기업 오큘러스를 창업했다가, 2017년 안두릴을 설립했다. 실리콘밸리 방식으로 속전속결에 임하는 게 럭키의 사업 특징이다. 기업 가치는 빠르게 성장해 올해 6월 기준 305억 달러(약 45조원)로 평가받는다. 안두릴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보검 이름에서 따왔다.
그러나 핵심 기술의 검증이 충분하지 않고, 실전 배치에는 아직 안전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국내 기업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D현대는 2026년까지 안두릴과 함께 자율운항 무인수상함(ASV)을 건조해 미 해군이 추진하는 자율무인수상함 도입 사업 ‘마스크(MASC)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도 안두릴과 파트너십을 맺고 임무자율화 기반 무인기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개발과 테스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일은 다반사”라며 “중요한 건 취약 부분을 찾고 이를 보완하는 작업인데, 국내 기업으로선 이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방산업계 임원은 “무인 무기체계는 시장 성장세가 빠르기 때문에 방산테크와의 협력을 불가피하다”며 “다만 기술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