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발생한 장기실종 여성 살해 사건이 경찰의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자칫 미제로 남을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유족이 초기에 제기한 ‘전 연인 김모 씨(50대)의 범행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김 씨를 조사하는 데 3주나 걸렸고, 핵심 단서가 될 CCTV도 보관기한 만료로 상당 부분 사라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의 실종 신고는 지난달 16일 접수됐다. A씨는 14일 오후 회사에서 SUV를 몰고 퇴근한 뒤 행적이 끊겼으며, 차량은 같은 날 밤 11시 30분께 진천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됐다. 휴대전화도 꺼진 상태였다.
가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전 연인 김씨와 자주 다퉜고, 김씨가 해를 가했을 수 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김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시점이 실종 3주가 지난 뒤였다. 김씨는 실종 당일 알리바이가 없는 유일한 주변 인물이었고, 범행 당시 행적도 석연치 않았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둘러댔다.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뒤에야 사전에 도로 CCTV 위치를 검색한 정황 등을 확인했지만, 전담수사팀이 꾸려졌을 때는 이미 상당수 CCTV 영상의 보관기한이 지나 차량 동선 추적이 어려운 상태였다. 김씨가 범행 후 차량 번호판을 교체해 이동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되면서 초동 수사 부족이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경찰은 뒤늦게 확보할 수 있는 영상을 분석해 A씨 SUV로 추정되는 차량 모습을 일부 확인했지만, 추가 단서는 제한적이었다. 내부에서는 “미제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점은 수색 범위를 넓히면서 찾아왔다. 지난 24일 김씨의 거래처 업체에서 실종 40일 만에 A씨의 SUV가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김씨가 차량을 은닉했다고 보고 추적에 나섰고, 26일 차량을 몰고 이동하는 김씨를 포착해 긴급체포했다. 차량 내부에서는 혈흔과 인체조직이 확인됐고, 김씨는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목한 음성군의 한 폐수처리조에서 지난 27일 마대에 담긴 A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44일 만이다.
경찰은 김씨가 실종 직후 해당 거래처를 수차례 방문한 정황을 알고도 범행 관련성을 의심하지 않았던 부분 등 초동 대응의 문제점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추가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