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YTN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YTN의 최대주주를 민영기업인 유진그룹으로 변경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지난해 2월 결정이 위법하다고 봤다. 방미통위와 유진그룹 측이 모두 항소를 포기할 경우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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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만 재적 상태…절차상 하자"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최수진)는 YTN 우리사주조합이 지난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방통위)는 2인만 재적한 상태에서 의결해 승인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의결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변경에 제동을 건 것이다. 언론노조 YTN 지부가 낸 소송은 원고 적격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이날 판결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방통위법 조항에 대한 해석이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방통위는 다수 위원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등하고 전문성을 지닌 다수의 구성원이 의견 교환과 설득을 통해 의사를 형성해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본질로 한다”며 “의사결정에 있어 견제와 균형, 정치적 다원성과 숙의에 기반한 절차적 정당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2명의 방통위원이 결정한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은 방통위법 취지상 정당성이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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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 원칙 위배…위원 구성도 문제"
법상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다수결 원칙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다수결 원리는 다수와 소수의 구분 가능성 등을 본질적인 요소로 한다”며 “재적위원이 2명이면 오로지 2인 의견이 동일할 때만 의결이 성립 가능하고 2인 의견이 다를 때는 원천적으로 과반수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당시 재적위원 2명의 구성도 문제 삼았다. 재적위원은 김홍일 당시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이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 당시 국회 몫의 위원 3인이 모두 결원인 상태였고,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의 위원만이 의사결정을 주도했다”며 “방통위법은 대통령 지명 위원, 여권 추천 위원과 야권 추천 위원이 모두 임명되도록 해 정치적 다원성이 반영되고 견제와 균형 원리가 구현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명의 방통위 위원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그리고 여권 추천 상임위원 1명과 야권 추천 상임위원 2명으로 구성된다. 재판부는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에 정당성을 부여할 경우 대통령의 권한이 방대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대통령이 국회 추천 위원 3인에 대한 임명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방식으로 대통령 몫 위원 2명이 모든 결정을 내리도록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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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3명 이상 재적 상태서 의결해야"
이 때문에 재판부는 “방통위의 주요 의사 결정은 5인이 모두 임명돼 재적한 상태에서 3인 이상 찬성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5인 미만이 재적하게 된 경우라도 방통위가 합의제 기관으로 실질적으로 기능하려면 적어도 3명 이상이 재적한 상태에서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 지분 매각은 지난 2022년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계획에 따라 추진됐다. 2023년 유진그룹의 특수목적회사 유진이엔티가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지분 30.95%를 취득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2월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신청을 방통위가 승인하자 YTN 우리사주조합 등은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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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통위 포기해도 유진이엔티 항소 가능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전에 이뤄진 YTN 대주주 변경 승인은 취소된다. 최근 법무부가 방미통위 결정에 대한 1심 처분 취소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는 사례가 다수 나오는 만큼 법무부 지휘로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행정소송은 보조참가인의 항소를 보장한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의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한 유진이엔티가 항소를 제기하면 방미통위 결정과 관계 없이 2심이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